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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스티브 잡스가 청소기를 만든다면?

다이슨 DC37

크기 507 x 261 x 368mm(H x L x W) 무게 5.2kg 특징 1. 바퀴 대신 롤러를 장착한 혁신. 더이상 장애물과 모서리에 걸릴까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소음 처리도 훌륭한 수준. 2. 0.5마이크론의 초미세먼지, 알레르기 유발물질마저 99.99999% 걸러내는 힘(그래서 소비자 가격도 99만8천원). 3. 스스로 바닥 재질을 인식해 자동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스마트한 헤드. 4. 자신감이 엿보이는 ‘품질보증기간 5년’이라는 문구.

IT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가전제품에는 제임스 다이슨이 있다. 자본의 규모나 제품의 분야는 다르지만, 두 사람이 걸어온 행보는 비슷한 점이 있다. 게임의 룰을 스스로 만들려는 고집, 디자인과 성능을 동시에 잡으려는 욕심, 타협하지 않는 가격(!)정책까지. 현재의 다이슨을 존재하게 만들었던 청소기 시리즈나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됐던 에어 멀티플라이어(날개 없는 선풍기) 같은 제품을 보고 있으면 장인정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공산품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다이슨이 오랜만에 신제품을 내놨다. 본명은 DC37이고 애칭은 ‘다이슨 볼(Ball)’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나 하면 본체가 말 그대로 공처럼 둥글게 생겨서 그렇다(물론 금방이라도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변신할 것 같은 멋진 디자인은 여전하지만). 가정용 진공청소기에 바퀴를 없애는 대신 본체를 둥글게 만든 이유, 대체 뭘까.

이 제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바퀴형 청소기들의 모습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까 무게중심 따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탓에 작은 문턱만 만나도 뒤집어지기 십상인 데다 장애물을 만나도 방향 전환이 힘들며, 마트에서 쓰는 카트처럼 때로는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그런 청소기들 말이다. DC37은 이런 단점을 해결한 청소기다. 바퀴를 없애는 대신, 둥근 본체에 일종의 롤러를 장착했다. 이 둥근 본체에는 모터, 케이블, 전원 스위치 같은 청소기의 주요 부품들과 함께 특허를 획득한 중앙 방향 조정 시스템이 들어 있다. 덕분에 제자리에서도 360도 방향 전환이 가능하며 좁은 공간에서도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 타 청소기와 달리 무게중심이 적당해서 복잡한 공간에서도 넘어질 우려가 없는 것도 장점. 또 하나 혁신적인 건 청소기의 헤드(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 구)다. 다이슨은 여기에 머슬 헤드(Muscle Head)라는 명칭을 붙였다. 이 헤드의 독특한 점은 모든 바닥 유형에 맞게 자동 조절된다는 것. 평평한 마루라면 브러시가 낮게 내려오면서 먼지를 쓸어내는 역할을 해 청소의 효율이 높아지고, 카펫 위라면 브러시를 들어올려 헤드의 바닥을 노출시켜 먼지를 깊게 빨아들이는 형식이다. 아마도 그 모습이 벤치 프레스를 들어올리는 남자의 이미지와 비슷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실용적인 건 헤드의 높이가 상당히 낮다는 점. 침대 밑이나 가구 밑으로 청소기를 쉽게 집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흡입력이다. 청소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부 몹쓸 사람들에게 다이슨의 제품은 그 성능 때문에 일종의 성물(聖物)로 여겨지기도 했는데, 이번 제품에서도 성능은 여전하다. 래디얼 루트 사이클론(Radial Route Cyclone)이라는 기술이 적용됐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흡입구로 들어간 먼지 입자를 중력의 31만배의 원심력으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1g의 먼지가 이 통 안에서는 313kg의 무게를 가지게 된다. 덕분에 미세먼지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99.99999% 분리한다는 게 다이슨의 주장. 어쨌든 문무 겸비, 아니 재색 겸비한 제품임은 확실하다. 이제까지 다이슨이 내놓은 제품도 그랬지만, 이 청소기를 보면 더이상 대적할 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99만8천원이라는 가격의 부담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