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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신인의 패기
강병진 장영엽 김성훈 2012-05-01

전주국제영화제 두 번째 관람 포인트: 신성발견

남서쪽 Southwest

이두아르두 누니스 | 2011년 | 128분 | 브라질 | 국제경쟁 여자의 운명에 관한 영화만의 대답을 담은 작품이다. 브라질의 어느 해안 마을에 자리한 여관에서 클라리세란 여자가 아이를 가진 채 죽는다. 산파는 아이를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집에서 키운다. 성장한 아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을 클라리세로 소개한다. 그곳에서 소녀는 성인이 되고 한 남자의 아이를 가진다. 다시 길을 떠난 여자는 어느새 중년이 되고, 곧 노인이 된다. 이 모든 게 단 하루 동안에 벌어진다. 두 여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 여자의 이야기고, 일생을 그리는 영화인 동시에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하루를 담은 <남서쪽>은 영화만의 시간과 공간을 탐구한다. 영화에서 시간은 편집을 통해 확장될 뿐만 아니라 소녀와 엄마와의 관계, 소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말들을 통해 다른 차원에서 흘러가는 또 다른 시간을 상상하게 만들고 있다. 1:3.66비율로 촬영된 영상은 영화의 시간을 다시 공간 속에서 확장시킨다. 압도적으로 넓은 이 영화의 공간에서는 눈 깜빡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 영화를 본다는 건, ‘관람’이 아니다. 체험이다.

자코모의 여름 Summer of Giacomo

알레산드로 코모딘 | 2011년 | 79분 |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 국제경쟁 자코모는 이제 막 들을 수 있게 된 남자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청각장애를 겪었던 그가 수술을 받은 뒤 친구인 스테파니와 보내는 여름날의 소풍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숲속을 헤매던 그들은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고 그곳에서 대화하고 수영하고, 점심먹고, 낮잠을 자는 평범한 소풍을 즐긴다. 이들은 키스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스테파니를 바라보는 자코모의 얼굴에서 묘한 감정이 보일 뿐이다. 감독인 알레산드로 코모딘은 친구의 동생이었던 자코모가 소리를 듣게 되면서 겪는 변화를 담아보려 했다고 한다. <자코모의 여름>은 그가 촬영한 수많은 영상 가운데 어떤 순간에 관한 기록이다. 물론 여기에는 감독 자신이 여동생을 출연시켜 만든 설정의 힘이 있다. 두 남녀는 자신들의 눈에 비친 것들에 관해 갖가지 대화를 나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특별할 게 없지만, 영화 속의 자코모에게는 햇살과 물의 촉감, 냄새들이 모두 소리와 함께 전달될 것이다. 영화는 자코모의 소풍을 통해 행복이란 정말 사소한 것들에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의 반전에 이르면, 그런 행복을 깨닫는 게 진정한 성장인 듯 보인다.

이곳은 달이 아닌 지구 It’s the Earth Not the Moon

공살루 토샤 | 2011년 | 185분 | 포르투갈 | 국제경쟁 일주일에 세번 비행기가 뜨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마음을 간질이는 곳. 하나의 교회, 하나의 길, 하나의 음식점을 공유한 450여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포르투갈에 속한 대서양의 작은 섬 코르보는 닐 암스트롱이 착륙하기 전의 달 같은 섬이다. 공살루 토샤 감독과 그의 친구 디디오는 어떤 매체도 주목한 적 없고 어떤 역사가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코르보의 모든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리라 결심한다. 총 14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코르보섬의 역사와 문화, 지리적 특성에 대한 거대한 모자이크다. 40여년 동안 섬 생활을 일기로 남긴 노인, 수공예업자들, 이곳의 매력에 빠져 오래 머물게 된 사진가, 댄서, 새 관찰자 등의 사연이 코르보의 신비로운 풍경에 스며든다. 느리고 고요하게 기록된 그들의 발자취를 쫓다보면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인간의 문명과 그 터전에 대한 원형적인 물음에 다다르게 된다. 세 시간의 탐험 뒤, 기록영상이 섬 그 자체로 물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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