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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은 세월을 뛰어넘는 괴물”

30년 만에 SF 장르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생각을 읽다

SF로, <에이리언> 시리즈로, 리들리 스콧이 돌아왔다. 76살 노장의 30년 만의 귀환이거늘 그의 비주얼에는 녹슨 구석이 없다. 그로 인해 최근 생기를 잃었던 장르가 새 옷을 입은 느낌이다. 그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신 다른 이들의 입과 귀를 빌려 묻고 들은 인터뷰를 편집해 전한다.

-스페이스 자키를 중심으로 <에이리언> 프리퀄을 만들려고 한 지는 아주 오래되지 않았나. 그것이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된 건 언제인가. =<에이리언>이 더이상 써먹을 게 없는 프랜차이즈가 된 것 같았다. 1997년에 4편이 나온 뒤 3, 4년 정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왜 속편에서 아무도 스페이스 자키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는가에 의문을 가졌다.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채 죽어 있던 그 거인 말이다. 나는 폭스에 4개의 질문을 들고 찾아갔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거기 있었나. 그들은 그 화물선을 어디로 운반 중이었던 것일까. 혹은 그곳에 불시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까. 그 질문들은 자연히 더 거대한 질문들로 이어졌고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다 보니 <에이리언>에게서 점점 멀어져 원작의 DNA는 거의 남지 않게 되었다.

-의식적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세계와 <에이리언>의 세계를 융합한 부분이 있다면. =SF의 문제점 중 하나는 더이상 새로운 게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내가 그동안 SF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복도 어디선가 다 써먹은 우주복이고, 우주선도 대충 다 낯익고, 우주선 복도나 행성들도 다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들과 드로잉 보드를 놓고 이미 본 것들은 걸러내는 작업을 여러 번 했다. 그러고 나니 전체적으로 상당히 진화된 룩이 완성됐다.

-SF로 돌아온 감회는 어떤가. =SF는 그 자체로 하나의 멋진 우주다. 드라마상의 규칙만 제대로 세워놓고 따른다면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르가 바로 SF다. 대부분의 SF영화는 우려할 정도로 독창성이 부족하다. 겉만 화려하다. 많은 영화제작자들이 SF라는 장르가 펼쳐 보이는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에이리언> 속편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왜 속편들이 필요했는지는 이해한다. 프랜차이즈 홍보도 되고 돈도 잘 벌리니까. 감독들을 비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 자식이 소중하게 다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솔직히 좀 속상했다. 에일리언은 세월을 뛰어넘을 만큼 잘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아무 논리 없이 사람 간 떨어지게만 하는 몹쓸 놈(속편들 속의 에일리언.-편집자)은 내 작품이 아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어떤 의미를 지닌 제목인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가 누구인지는 잘 알 것이다.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우리는 신들이 주는 선물을 받았고 그것을 결코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신들을 엿 먹이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것이 이 영화의 테마인가. =이것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영화다. ‘만약에’로 시작되는 아주 거대한 질문이다. 유전자 기억이나 전설을 통해 아틀란티스와 같은 놀랍고도 기이한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들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계획이나 존재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엔지니어’로 불리는 존재들은 인간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신에 대해 당신이 갖고 있는 감정도 비슷한가. =글쎄. 그렇다면 <실낙원>에 더 가까운 이야기가 됐겠지. 가끔 밀턴의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닮아 보일 때도 있다. 매일 신문을 보면서 어떻게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런 이야기를 접하면 매번 당혹스럽다. 개인적으로 악의 가장 거대한 근원은 종교라고 본다. 정의롭고 선한 종교를 본 적 있나. 모두가 각자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괴롭힐 뿐이다. 다만 우스운 것은, 창조주라는 정의대로라면 그들이 같은 신을 섬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에일리언의 존재를 믿나. =당연하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되는 대로 지껄이는 말이 아니다. 밤하늘의 은하수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느껴지지 않나. 그런 우리가 유일한 인류라니. 말도 안된다. 그건 믿음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영화의 여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쇼다. =우리는 엘리자베스를 <에이리언>의 리플리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리플리는 특별할 것 없는 하급 항해사였지만, 엘리자베스는 과학자, 그것도 순수과학이 아닌 종교에 뿌리를 둔 과학자다. 그녀에게 모든 것의 발판은 인간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관념이다.

-엘리자베스를 맡은 노미 라파스는 <밀레니엄> 스웨덴판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보고 아주 특별하고 쪼그만 펑크 스타일의 여배우 노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녀를 만나고 <프로메테우스>를 완성하게 되리란 확신이 생겼다. 그녀가 신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제작사인 폭스는 불안해했지만 그건 시고니 위버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 =별로 발전된 부분은 없다. 다만 “그는 빌어먹을 로봇이었어”라며 관객이 놀라는 게 한번뿐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SF에서 뭔가를 숨기는 건 이제 쓸모없는 짓이다. 우리는 데이빗이 어떤 존재고 무슨 일을 하는지 초반에 정확하게 알려줬다.

-데이빗도 애쉬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인가. =정반대다. 데이빗은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고 다정한 친구다. 심지어 이런 질문도 할 줄 안다. “왜 나를 만들었나요?” 찰리 할러웨이는 무심하게도 “그야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우리를 창조한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데이빗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야 물론이다!

-프로덕션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고, 누구와 작업했나. =최근에는 5편 넘게 아서 맥스와 작업하고 있다. 나도 디자이너 출신이다 보니 그와의 작업은 매우 즐겁다. 우리는 폭스를 설득해 프로젝트 진행이 확실해지기 전부터 이미 5명의 디자이너를 고용해 우주복부터 부엌, 우주선 등 가능한 모든 것을 디자인했다. 그러면 스탭이 수백명으로 늘어나도 현장을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내게 디자인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007 세트장을 25%나 확장해서 썼다. 기존은 충분치 않았나. =한번도 세트장이 충분히 넓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세트장은 언제나 너무 작다. <레전드>(1985)도 거기서 만들었는데 무대를 다 태워버린 적도 있다. 나는 배우들에게 그들의 무대를 확보해주고, 그들이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게 좋다. 블루 스크린을 세워놓고 “자, 이제 괴물이 저쪽 복도에서 튀어나오는 거야”라며 연출하는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선 도무지 요령부득이다.

-3D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땠나. =뭐, 뇌수술처럼 어려운 건 아니었다고 말해두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 나에겐 다리우스 월스키라는 훌륭한 카메라 감독이 있었다. 그에게 “3D로 만들 거야”라고 했더니 “네, 그럽시다”라고 하더라. 우리는 레드 카메라를 쓰기로 했고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전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테스트 영상을 많이 보면서 조명을 쓰지 않고 빛을 주는 방법이나 3D캡처에 대해 충분히 익혔는데 기술적인 면에서 시간이 많이 절감됐다.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처음이라 그랬던 거 같다. 나중에는 이번만큼 재밌을 것 같진 않다. 대화장면만 해도 방 안의 공간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 있더라. 관객도 분명히 그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영화에 더 몰입할 것이다.

(인터뷰 제공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일부 문답은 <엠파이어> <롤링 스톤스> <에스콰이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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