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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쫓겨난 사람들은 하늘이다”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2-07-03

<두 개의 문> 배급위원,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본업은 인권활동가. 요즘엔 김일란, 홍지유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배급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실상 뒤치다꺼리 전담이죠. (웃음)”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 말하는 뒤치다꺼리란 숫기 없는 두 감독의 인터뷰 코치하기, 뒤풀이 자리 분위기 띄우기, VIP 시사회 사회 보기 등이다. 그의 이름은 <두 개의 문> 엔딩크레딧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코디네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김덕진 사무국장은 용산철거민참사범국민대책위원회의 협상대표로 서울시와의 협상을 이끌었다. 진상규명 활동 과정에서 입수한 경찰특공대의 무전 녹취 파일은 그대로 두 감독에게 전달됐고, 영화의 중요한 소스로 활용된다. 두 감독이 김덕진 사무국장을 만날 때마다 매번 고마움을 표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개봉 4일 만에 관객이 5800명 들었다. <두 개의 문> 개봉 초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오늘(6월26일)까지 8천명쯤 들었을 거다. 기술시사 때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했다. “이건 공동체 상영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이들이 <두 개의 문>을 보게 해야 한다.” 그런데 제작사나 배급사나 돈이 없었다. (웃음) 극장 개봉하려면 색도 더 입혀야 하고 하다못해 포스터 작업도 해야 하는데. 그래서 배급위원회를 만들었고 자금을 모으게 됐다.

-배급위원회에선 어떤 전략을 세웠나. =개봉 첫주 16개 스크린에 영화가 걸렸다. 그것도 서울 중심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GV(관객과의 대화)도 많이 하고 언론에 미리 기사가 나갈 수 있게끔 애를 썼다. 3월경 공지영 작가, 김별아 작가 등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을 모시고 VIP 시사회도 미리 가졌다. 그때 일간지에 기사가 꽤 실렸다. 또 김일란, 홍지유 두 감독은 초기부터 우리(배급위원)와 많은 고민을 나눴다. 초기의 배급위원들은 용산에서 1년을 함께 산 사람들이다. 김동원 감독님도 대담(<씨네21> 859호) 때 한 얘기지만, 감독들이 현장 장면은 찍지 않고 너무 인터뷰에만 의존한 거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들은 1년 동안 매일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칼라TV, 사자후TV 영상과 인터뷰 장면을 썼다. 그런 과정을 아니까 <두 개의 문>에 더 애정이 간다.

-각종 문화 행사의 사회도 많이 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집행자>의 시사회 사회를 본 적 있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는 출연도 했다. <두 개의 문>에도 얼굴이 나온다. 1심 유죄판결이 내려지던 법정장면에서, 수염 잔뜩 기른 채로 ‘사법부는 죽었다’고 얘기하던 이가 나다. 또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진실의 문>은 자료 수집 과정에서 거들었다. 천주교인권위 안에서 내 전공이 구금시설 인권과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쪽이다.

-용산참사, 강정 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노동자 해고 문제를 엮은 ‘SKY ACT’ 출범도 준비 중이다. =6월28일에 출범 시국회의를 한다. S는 쌍용, K는 강정 구럼비, Y는 용산. 그래서 스카이라 이름 붙였다. ‘노동자는 하늘이다, 구럼비는 하늘이다, 쫓겨난 사람들은 하늘이다’라고 모토도 잡았고. 세 사건은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을 낳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인권운동엔 어떻게 발을 들이게 됐나. =대학 때 총학생회 일을 했다. 그리고 1999년에 두번 구속됐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년6월 징역을 살았다. 아버지가 면회오셔서 그러더라. “너, 나 몰래 평양 갔다왔니? 평양 갔다온 애들이 2년6월 받는다는데 넌 대체 뭘 했다고….” 그런데 감옥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 일(인권운동)을 하게 됐다. 방 한쪽 구석의 화장실에서 용변 보다가 교도관과 눈이 마주치면 쳐다보지 말라고 소리치고 욕을 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나니까 교도관과 눈 마주치면 인사를 하게 되더라. 무감각해지고 무덤덤해진 거지. 젊은 교도관 한명이 그랬다. 당신처럼 교도소 인권 개선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많이 봤는데 출소하면 다 나 몰라라 한다고. 출소하면 무조건 교도소 인권문제를 다루는 곳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인권이 뭔지도 모른 채 조국통일만 외치던 한총련 출신 전과자였는데, 결국 면접 때 거짓말을 잘한 덕분인지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몸담게 됐다. 올해가 꼭 만으로 10년 되는 해다.

-앞으로의 10년을 그려본다면. =현장을 지키고 싶다. 용산을 떠나서 다시 강정으로 가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그동안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 주제에 맞지 않게 기고나 하고 강연하러 다니고. 그래서 하반기엔 ‘SKY ACT’ 활동 열심히 하려고 한다.

-‘SKY ACT’ 활동만 열심히 하면 <두 개의 문> 관련 행사는 어쩌나. =LED가 부착된 차량에 <두 개의 문> 예고편과 지지 영상을 틀면서 지역을 순회할 계획이다. <두 개의 문>을 상영하지 않는 지역에선 개봉 캠페인도 벌이고. 상징적으로, 김석기의 고향 경주와 제주도에 꼭 <두 개의 문>을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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