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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K호러를 만들어보고 싶다

<두개의 달> 제작한 고스트 픽처스 대표 이종호

이종호 작가는 호러라는 외길을 걷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호러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창작 그룹 ‘매드 클럽’을 만들어 호러 장르의 다양화를 꾀하는 한편, 재능있는 작가들을 발굴해냈다. 시리즈로 계속되는 <한국공포문화단편선>이 그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제 호러영화 전문 제작사를 표방한 ‘고스트 픽처스’의 대표로 창립작 <두개의 달>을 들고 영화의 세계로 들어왔다.

-방송 일을 거쳐 호러 작가, 이제 영화 제작자가 되었다. 영화를 하게 된 동기를 말해달라. =한국 공포영화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곤 했었다. 호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가운데 일부분만 건드리는 데 그쳐서다. 호러 장르의 감성과 장르 고유의 장치와 설정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호러를 만들어도 이야기가 다양해져야 관객층도 넓어질 테니. 그동안 여러 소재를 가지고 호러 소설을 써왔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결정적으로 호러 작가들의 소설이 영화화 판권을 획득한다고 해도 실제 영화로까지 발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투자사에서 어렵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래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고스트 픽처스’는 호러 전문 제작사를 표방했다. =정체성을 분명히 가져가고 싶었다. 호러영화 전문 제작사라고 하면 가질 수 있는 선입견과 기대가 있을 텐데, 호러 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면 관객 입장에서 느끼는 부담이 덜할 것으로 생각했다. 호러 전문 제작사에서 만들면 영화를 알리는 데 있어 유리한 점도 있고 관객이 영화에 가지는 인상이나 이해가 쉬울 거라는 판단을 했다. 앞으로 다양한 호러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 제작사를 설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감독 위주로 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면, “고스트 픽처스의 작품이다”라며 제작사를 먼저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고스트 픽처스의 이름을 떠올리는 영화들을 일관성있게 만들자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소설은 작가 혼자만의 작업인데, 영화는 다수가 참여한다. 달라진 작업 방식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그런 점에서 영화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생긴다. 소설은 작가 위주의 작업인 반면, 영화는 내 고집만 앞세워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의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면서 한편의 영화가 완성된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부터 다수가 참여하는 작업임을 고려했다.

-<두개의 달>은 소설을 각색한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시나리오다. =고스트 픽처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기존에 썼던 소설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에 맞는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특정 장소에 머물며 반복되는 시간을 경험하는 지박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고심한 것은 이승과 저승이 겹치는 공간적 상황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보여줄 것인지였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두개의 달이라는 설정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호러 작가이고, 장르의 전문가인데 영화를 완성한 소감이 어떤가. =도전적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개봉일이 다가오니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 (웃음) 이야기가 재미있건 없건 우려되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호러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이 쇼크효과 위주로 깜짝 비명을 유도하는 장치들은 공감대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완성되고 나니 그런 부분도 영화에서 꽤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러 장르가 오락영화이기도 한데, 우리가 너무 무겁게 만든 게 아닐까 우려된다. 내년에 두 번째 영화를 만들 때는 그런 부분에 대한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호러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오락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고스트 픽처스의 계획은. =일본에 J호러가 있듯이, K호러를 만들어보고 싶다. 할리우드가 장점인 다양한 소재, J호러의 동양적인 정서, 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K호러의 길을 개척하고 싶다. 당장은 매년 한편씩 호러영화를 만드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호러 장르 시장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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