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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그때 그 시절의 욕망은

SPECTRUM 7 최중원 <아파트>

최중원, 삼풍맨션아파트, Inkjet print, 240×352cm, 2012

기간: 9월2일까지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20층 문의: http://www.photomuseum.or.kr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은 한미타워 건물 19층과 20층에 있다. 전시장이 꼭 지상 1층이나 2층에 있으리란 법은 없지만 건물 꼭대기에 있는 여기는 전시장이 곧 마천루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창문으로 보이는 외부 풍경은 그야말로 도시의 증명사진이다. 사각형 구도 안에 들어온 도시는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 채로, 장마가 오면 장마가 오는 채로 온통 고층빌딩의 격자무늬로 가득하다. 수직으로 쭉 뻗은 건물에서의 갑자기 탁 트인 바깥 풍경. 지금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있다. 사진가 최중원이 찾아다니며 찍은 초창기 아파트의 사진들이다. 미술관의 창문으로 보이는 초고층 건물과 아파트가 흠집없는 매끄러움을 자랑한다면, 최중원이 찍은 오랜 아파트들은 격자무늬 사이사이로 튕겨나온 삶의 이력이 건물의 낡은 이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른 시간대의 다른 욕망을 담아 세워진 아파트는 한국의 주거환경을 대표해온 얼굴이다.

작가는 아직 남아 있는 국내 아파트의 초기 모델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부터 당대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강 시범아파트까지 최중원이 찍은 아파트는 이후 우후죽순 솟아난 이 땅 아파트들의 아버지인 셈이다. 대규모 단지에 익숙한 2012년 지금의 눈으로 보기에 소규모 형태의 초기 모델은 영화를 위해 지어진 세트장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최중원이 담은 사진 속 아파트는 어쩜 저렇게 다른 문과 창문을 가졌을까 싶은, 제멋대로 밖에 내다놓은 거주자들의 사물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특히 바뀐 대문의 풍경이 아기자기한 <동대문아파트>나 지금 막 햇볕을 쬐고 있는 <스카이아파트>는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게 한다. 전시장에 놓인 다른 아파트 사이를 건너며 이불 빨래와 화분 같은 작고 큰 살림살이를 보고, 아파트 1층에 자리를 낸 허름한 천막을 드리운 상가 간판도 쳐다본다.

최중원이 찍은 <삼풍맨션아파트>는 크기가 가로 240cm, 세로가 352cm에 이른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이 사진들이 한국 주거역사에 관한 기록이자 그 안에서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라고 밝힌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아파트를 그가 ‘놈’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놈은 한쪽이 뭉텅 뜯겨나가 도로가 되었고, 어떤 놈은 세모난 땅 위에, 또 어떤 놈은 마름모꼴의 땅 위에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