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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영화 같은 일상의 시작점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엡손 ‘모베리오 BT-100’

사양

크기 205x178x47mm(WxHxD), 무게 240g(컨트롤러 165g)

특징

1. 320인치 대화면이 눈앞으로. 게다가 선글라스처럼 주위를 둘러볼 수도 있다. 2.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듯한 직관적인 컨트롤러. 3. 와이파이 기능 추가로 스트리밍 영상도 감상 가능.

지금은 가치가 많이 희석됐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63빌딩의 아이맥스 영화관은 비수도권 지역 아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저기서 <우뢰매> 같은 영화를 보면 끝내줄 태세였다. 그렇게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찾았던 아이맥스 영화관은 예상대로 신세계였다. 압도적인 공간에서 수많은 동물이 날고 기는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안방에 놓여 있던 21인치 TV의 크기에 익숙해져 있던 소년에게는 그랬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화두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다. 이 단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안경 형태로 된 디스플레이를 쓰면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대화면이 나타나는 시스템이다. HMD 시장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소니는 이미 오래전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국 기업인 아큐픽스도 얼마 전 제품을 내놨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건 엡손의 모베리오 BT-100이라는 제품이다. 누군가는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엡손은 워낙 프린터 업체로 유명하니까. 하지만 엡손은 그간 빔 프로젝터를 포함해 디스플레이 기기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전혀 뜬금없는 조합은 아닌 셈이다.

기존 제품과 모베리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외부 환경이 디스플레이에 투사되는 것이다. 다른 제품들은 일단 눈에 쓰면 외부 환경과 완전히 차단됐다. 하지만 모베리오는 좌우의 안경다리 부분에 내장된 초소형 프로젝터가 반사유리에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영상이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나타나는 형식이다. 때문에 외부 환경과 겹쳐 영상을 볼 수 있고, 3D 영상까지 재생할 수 있다.

LCD의 크기는 0.52인치에 불과하지만 시야거리에 따라 화면의 크기가 달라진다. 5m 앞을 응시할 경우에는 80인치 정도, 20m 앞을 응시할 경우에는 320인치의 화면을 보는 효과다.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사용하는 덕에 최대 32G까지 각종 영상을 넣어 다닐 수 있다. 중요한 해상도는 960x540. 참고로 아이폰 4S의 해상도가 960x640이었으니 비교적 최근에 나온 스마트 폰 정도의 해상도다. 실제로는 이보다 좀 흐리지만, 영상 감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정말 재미있는 점은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는 것과 와이파이 기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건 유튜브 같은 온라인 영상 사이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돌비 모바일 서라운드를 지원한다. 음향은 18가지 이퀄라이저 효과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조작은 어떻게? 걱정 안 해도 된다. 모베리오는 스마트폰처럼 터치 방식의 컨트롤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건 호환되는 멀티미디어 파일의 규격이 MPEG-4, H.264, AAC, MP3로 제한된다는 점. 하긴 요즘은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지만 약간의 귀찮음은 따라올 수 있다.

엡손의 모베리오 CF를 보면 놀라운 장면들이 등장한다. HMD를 쓰고 운동을 하고 굳이 매장에 가지 않아도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우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고, 집을 가상으로 지을 수도 있다. 이런 장면들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현재 구글은 입는 컴퓨터를 개발 중이고, 애플도 현재 HMD를 개발 중이다. 아이폰이 모든 걸 바꿔버린 것처럼,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화두는 HMD가 될 것이고, 우리의 일상을 확 바꿔버릴 가능성이 크다. 엡손의 모베리오는 그 영화 같은 일상의 시작점이 될 기기다. 8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