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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다

<미래는 고양이처럼>

우리집에 있는 고양이 이름은 ‘봉수’다.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아 손님이 오면 몇 시간이고 숨어 있다. 그래서 남들은 우리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한다. 당연하지. 이 큰 고양이는 둘만 있으면 내 연약한 무릎에 올라와 덩치를 비비적댄다. 물론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정작 고양이와 큰 관계가 없지만(한국어 제목만큼은 참신하다)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봉수와 함께 살면서 나도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종종 무겁고 무섭지만 피하거나 도망갈 수 없다. 이런 불가항력 덕분에 우리는 요만큼이나마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미란다 줄라이의 비쩍 마른 팔다리와 고양이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기억될 이 영화의 음악은 <이터널 선샤인>과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의 음악을 맡은 존 브라이언의 작품이다. 신시사이저의 몽글거리는 톤을 자주 활용하고 리버브를 강조하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주특기인데, 덕분에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펀치 드렁크 러브> 같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보인다. 단, 여기서 ‘어른들’이란 소피와 제이슨처럼 아이인 채로 나이 먹은 사람들, 나나 당신들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인상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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