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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눈물 참 진하다

<무한도전> 300회 특집 ‘쉼표’에 찍혀 있는 그 마음들

일곱개의 캠핑의자에 나란히 앉은 <무한도전> 멤버들.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공감하는 인원수를 맞히는 뿅망치 게임 간간이 ‘한계’, ‘체력 고갈’, ‘하차’ 등의 단어가 오간다. 전보다 쇠약해졌다는 노홍철이 유재석에게 받은 한약 항아리를 보기만 해도 멤버들의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나서 먹지 못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히자 ‘써서 못 먹는 것 아니냐’, ‘내가 먹을 테니 항아리만 가지라’며 다른 멤버가 끼어들어 넘치는 감정을 툭툭 털어낸다. 쓴 약을 대신 먹어주겠다는 제안을 내심 반기는 홍철의 표정에 예의 ‘사기꾼’ 캐릭터가 떠올라 깔깔 웃는데, 다시 그의 고백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추석 때나 생일 때 선물로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젠, 뭔지 알아? 동료가 날 생각하는 캐릭터가 무너질까봐 선물도 함부로 못하겠는 거야. 내가 평상시에도 ‘사기꾼’이었으면 좋겠고… (촬영 때 다른 멤버들의) 몰입도가 깨질까봐. 그게 방송을 해할까봐. 다른 팀한테는 내가 선물을 하겠어요. 그런데 우리 팀에는 선물을 못하겠는 거야. 그게 너무 소름이 끼치는 거야. 더 무서운 건 뭐냐면 멤버들도 그럴 것 같은 거야.” 심각한 화제의 무게를 스스로 덜어내려는 듯 웃는 표정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던 홍철의 눈물이 터지는 순간, 그 말 많은 인간들도 말을 잊고 탄식과 긴 한숨으로 응답한다.

7년 반을 달려온 그들의 300회 특집 테마는 ‘쉼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템포 쉬어간다는 의미 외에도 ‘리얼 버라이어티’의 1세대 예능인으로 살아가다 맞닥뜨리는 스트레스를 토해내고 그 감정들을 마주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미 짐작했던 것처럼 쓰고 있지만, 방송을 보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홍철의 눈물이 터지기 전에 누군가 끼어들어 ‘우리 선물도 내놔아!’ 하고 질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쉼표’ 특집 1부의 텐트토크에서 “다음주라도 무도가, 없어질 수 있겠구나. 그리고 무도가 없어지면 왠지 나도 없어질 것 같아. 형들도 동생들도 나이가 드니 언젠가는 없어지지 않겠어? 그게 나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불안하긴 한 것 같아”라던 정형돈의 고백도 내심 그들이 제공하는 즐거움이 끝없이 이어지길, 멤버들이 늙으면 늙는 대로 분명 뭔가 재미난 것을 내놓으리라는 이기적인 낙관으로 지켜봤다.

뭐 이것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시청자의 자리고, 일감 하나가 줄어드는 것 이상의 상실을 예감하는 그들의 심경에 감정이입을 해봤자 신통한 답이 나올 것 같진 않다. 새어머니에게 꼬집히는 이의 고통을 상상하려고 제 살을 꼬집어본들 그게 같을 리가 있겠는가. 다른 자리에서 그저 넘겨다보자면- 홍철의 고민은 사기꾼 역할을 너무 좁은 범주에 놓고 열중하다 불거진 게 아닌지, 선물도 고마움도 내키는 대로 표현하지만 언제 허를 찌를지 모르는 사기꾼으로 발전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북받치는 감정과 두려움은 단지 캐릭터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시간은 물론이고 카메라 밖의 시간까지 캐릭터로 수렴하는 것을 기꺼이 혹은 걱정스럽게 수락하던 리얼 버라이어티 멤버들의 고민은 ‘쉼표’ 이곳저곳에 여러 목소리로 반복된다. 캐릭터가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일상이 캐릭터로 수렴되는 무한반복에서 잠시 어찌할 바 모르게 된 그의 당혹감을 짐작할 수 있는 건 아마 같은 멤버뿐일 테지. 캐릭터의 성장을 7년 동안 겪어낸 이들에게 24주간의 공백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지난주, 지난달의 발판 없이 다시 캐릭터를 끌어올려야 했을 그들이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내색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쉼표’에 진하게 찍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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