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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슈퍼히어로 장르의 이상을 꿈꾸다
안현진(LA 통신원) 2012-11-23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조너선 놀란

“당신은 감시당하고 있다. 정부는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비밀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 사실을 아는 이유는 내가 그 ‘기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비밀을 나긋나긋하게 폭로하는 한 남자의 내레이션이 오프닝을 대신하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휴대기기에 내장된 카메라, 건물 처마 밑에, 신호등에,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 신호를 추적해 위치를 찾아내는 GPS 등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대의 감시장비들이 위협하는 사생활 영역에 대한 불안을 소재로 해 만든 TV시리즈다. 2011년 10주년을 맞은 9•11 테러와 함께 시작해서 시즌2로 접어든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일견 어울리지 않지만 쑥떡처럼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호흡을 자랑하는 두 남자가 있다. 전직 CIA 요원 존 리스(짐 카비젤)와 억만장자이자 과학자인 해롤드 핀치(마이클 에머슨)가 그 주인공이다. 해롤드는 앞선 내레이션의 주인공이기도 한데, 9•11 이후 테러조직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개발한 ‘기계’가 정부가 신경 쓰지 않는 범죄까지도 예측해내는 것을 알게 된 뒤, 존과 손을 잡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와 그로 인해 생겨날 피해자를 구하려고 힘쓴다. ‘기계’에 대한 비밀스러운 정부의 태도를 기둥 줄거리로 가지고 가면서, 부패한 경찰 조직, ‘기계’의 존재를 아는 천재 해커 등의 서브플롯을 시즌1을 통해 탄탄히 쌓아올린 TV시리즈는 매회 새로운 번호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한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기계가 알려주는 번호의 주인공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까지 알아낼 도리가 없다는 것. 그리하여 과학자이자 억만장자인 해롤드의 정보 수집력과 재력에다 전직 요원으로서 존이 가진 전투력을 총동원해 사건의 그 순간까지 번호의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NYPD 안의 형사 둘도 이 듀오의 조력자들이다. 이같은 이야기의 성격 때문에 사람들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를 두고 슈퍼히어로물의 현대적 해석이라고도 말하는데, 코믹콘에서 매년 질문공세를 받는 걸 보면 틀린 해석은 아닌 것 같다.

사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가 애초에 주목받은 이유는 이 드라마를 만든 두 남자, <로스트>를 만든 J. J. 에이브럼스와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각본을 쓴 조너선 놀란 때문이다. 이중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크리에이터인 조너선 놀란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생으로, 형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메멘토>의 원작 소설 <메멘토 모리>를 쓴 소설가이며, 그 뒤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 형이 감독하는 영화에서 각본을 공동집필하는 등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조너선 놀란은 어려서부터 <배트맨> 시리즈를 비롯한 슈퍼히어로 코믹스에 빠져 지냈으며 그런 시절이 바탕이 되어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를 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배트맨>에 큰 관심을 가졌던 이유로 그는 브루스 웨인의 힘이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점, 기본적으로 그가 가진 정의감, 자경단으로 경찰권력과 관계를 적당하게 유지한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고 보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조너선 놀란이 생각하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이상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조너선 놀란의 인터뷰를 읽으면 스스로는 ‘감시’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그가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계기도 영국과 미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가 목격한 두 나라 안에서의 감시카메라의 확산과 사생활 영역을 침범하는 장비를 수용하게 만든 위험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라고 말한다. 잘 만들어진 TV시리즈라고 칭찬하고 그치기에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가 던지는 질문은 꽤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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