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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어떤 살인이 일어날까
강병진 오계옥 2012-12-04

<인간의 숲> 황준호

<인간의 숲>에는 살인자들이 산다. 모두 연쇄 살인범이다. 모두 사이코패스고 미친놈들이다. 명석한 두뇌를 이용해 살인의 덫을 놓기도 하고, 아이들을 납치해 잔인한 고문을 하다가 죽이기도 하고,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살인을 하기도 하며 아무나 보면 일단 죽이고 보는 살인범도 있다. 과연 이들 가운데 최강의 ‘똘아이’는 누구인가. 누가 가장 무서운 사이코패스인가. <인간의 숲>을 수차례 정주행하게 만드는 한편, 새로운 이야기가 올라오는 매주 월요일마다 ‘<인간의 숲> 00화’를 검색어 상위에 올려놓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이 질문에 있다. 그들의 아귀다툼은 당연히 섬뜩하지만 때로는 뜬금없고, 종종 웃기기까지 한다. 애독자들이 내놓는 답은 결국 하나로 모아질 것이다. 작가가 제일 무서운 놈이다!

<인간의 숲>을 연재 중인 황준호는 이미 <악연> <공부하기 좋은 날> 등의 작품을 통해 웹툰계의 스타로 떠오른 작가다. 데뷔작인 <악연>도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이었다. 한 남자 사이코패스가 한 여자를 죽이려고 하는데, 알고보니 그녀도 사이코패스 살인범이었다는 설정의 이 웹툰은 스스로를 괴물로 내몬 두 남녀 사이의 미묘한 교감을 그려냈다. 두 번째 작품인 <공부하기 좋은 날>은 한국의 입시제도를 공포와 스릴러로 엮어 그린 옴니버스 웹툰이다. <인간의 숲>은 <악연>을 연재할 당시 읽었던 책에서 만난 칼 팬즈램이란 살인범에게서 착상한 작품이었다. “사람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일단 죽이고 봤던 살인마다. 사형장에서도 집행관을 재촉하며 ‘내가 너였으면 지금 이 아까운 시간에 사람을 더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악마 같은 살인자들도 그의 눈에 띄었다면 결국 피해자가 되었을 거라고 하더라.”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들을 대상으로 성격개조실험을 벌이는 <인간의 숲> 속 연구소는 그렇게 탄생했다. 연구원들을 죽이고 연구소를 장악한 그들은 만인이 만인의 적인 상태에 놓인다. 황준호 작가는 그들의 대결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잔인한 기운을 표정과 대사, 그림의 사이즈로 그려낸다. 23화를 연재한 현재, 가장 고민이 많은 캐릭터는 극중에서 하루를 돕고 있는 박재준이다. “예상보다 독자들이 너무 좋아한다. 재준이의 비중이 계획보다 커지기도 했다. 어떤 독자들은 그가 살인을 저질렀던 게 아니라며 나중에 작가가 반전으로 재준이의 사연을 알려줄 거라고 기대하더라. 외모를 상상하면서 대중적인 반향을 노린 건 있었지만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다. (웃음)”

<악연>에서 <인간의 숲>까지 이어진 작품들을 보면 그가 좋아할 만한 영화나 소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그는 장르영화 마니아가 아니고, ‘잉여’들의 우스꽝스러운 소동을 그린 <잉잉잉>의 스토리를 쓰기도 했던 유머애호자이기도 하며 의외로 모태신앙을 지키고 있는 ‘교회오빠’다. 교회의 동생들은 <인간의 숲>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우군이라고. 사이코패스에 대한 관심의 기저에도 종교가 있었다. “교회에서는 인간이 하는 일 중에 선한 게 없다고 말한다. 식욕이든, 명예욕이든 자기 욕망을 성취하려 할 때, 결국 다른 무언가에게 상처를 주어야 하지 않나. 교회에서는 그런 악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를 묻지만, 나는 인간의 본성을 그 선에서 받아들이는 정도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그의 흥미 또한 살인행각이 아닌 ‘사이코패스를 구분짓는 경계의 애매모호함’이었다. “일반인과 다른 점은 과연 뭘까? 혹시 나도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규정짓는 도덕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란 질문이 생겼다.” <인간의 숲>에서 그린 여러 장면 가운데 22화에서 “제가 인간입니다”라고 말하는 재준과 그를 다그치며 우는 하루의 모습에 유독 마음이 쓰이는 것도 그 때문인 듯 보인다. “나는 인물들이 울면서 나약해질 때 더 마음이 끌린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좋아하는데, 만약 지금 내가 그런 것만 그린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볼 것 같다. (웃음)” 그럴 리가. 그와 독자는 이미 질기디질긴 악연으로 엮였다.

마감 지옥에 누가 등을 떠밀지?

-최근 가장 주목하는 웹툰은. =김성모 작가님의 <돌아온 럭키짱>이다. 평소 그분의 개그 스타일을 무척 좋아했다. 물론 작가님은 개그라고 생각하고 그 수많은 명대사를 쓴 게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웃음) 하지만 개그의 근성이 정말 대단하다. “너의 공격패턴을 파악했다! 강약약! 중강약!” 이런 부조리함의 대가인 것 같다. <돌아온 럭키짱>은 자신의 스타일을 아예 대놓고 개그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건 정말 만화의 신세계다.

-작업 이외의 시간에는 뭘 하나. =웹툰을 그릴 걱정을 하면서 보낸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신다. 게임을 할 때는 주로 일이 막히고 짜증이 날 때 했는데, 요즘에는 도피하려고 게임을 찾지는 않는다. 자칫 마감을 못할 정도로 빠져드니까.

-마감의 조력자(사람, 물건 다 포함). =키우는 동물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다. 마감의 조력자는 어디까지나 ‘마감’뿐이다. 마감이 없으면 일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 내가 그 지옥에 들어가야 하는데, 누가 등을 떠밀어줘야 하지 않겠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