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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도가니] 독립영화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하여

한국독립영화협회,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독립영화 진흥정책’ 발표

MB 정부 들어 독립영화는 정책의 축소와 폐지의 논란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지난 11월13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는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독립영화 진흥정책’을 발표했다. ‘독립영화에게 기회를! 시장에는 공존을! 모두에게 영화를!’을 슬로건으로 하는 이 정책 제안은 5개의 영화진흥정책 핵심과제와 독립영화 진흥을 위한 13개 분야 53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단독으로 정책과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상당히 이례적이다. 독립영화 진영이 앞으로 영화진흥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발표하고 정책 생산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동안 독립영화가 주로 진흥정책의 수혜대상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한독협이 발표한 영화진흥정책의 핵심과제 5개는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의 성장 기반 구축, 영화시장 경제 민주화, 지역 영화진흥 및 영화 문화 복지 기반 구축, 독립영화인 사회보장 확대, 표현의 자유 확대다.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독립영화 지원정책에 대해 백화점식 지원을 지양하고 ‘독립영화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 방향을 제안한 점이 눈에 띈다. 현행 지원은 열악한 독립영화 환경에 대한 단기 처방들로, 미래 전략이 있는 정책이라고 하기 어렵다. ‘독립영화가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데 상황이 어려우니 지원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기 성장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요구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변화다.

다음으로 독립영화가 영화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시장 경제 민주화’를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안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영화시장 내에 독립영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건전한 영화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자본을 제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영화계 전반의 의견과 함께하는 것으로 독립영화 진영이 영화산업 일반에 대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 문화 복지와 지역 영화진흥’은 현행 진흥정책이 제한적으로 담고 있거나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한 것들을 지적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이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진흥정책에는 지역 영화진흥 등은 누락되어왔다. 향후 영화의 전국적 균형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인복지법 등으로 예술 노동자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은 고용 관계에 속하지 않는 자영 예술가의 복지는 빠져 있다. 대부분이 자영 예술가인 독립영화인들은 사실상 예술인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독립영화인 사회보장 확대’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 과제다. 미술가 등 비슷한 처지의 예술인들과 연대해 복지 확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과제인 ‘표현의 자유 확대’는 독립영화인들의 오랜 정책 요구였다. 지난 5년,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영화의 경우, 모든 영화가 상영되려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하는 현행 등급제도 개혁을 통해 다양한 영화적 표현과 창작물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MB 정부 들어 독립영화는 정책의 축소와 폐지의 논란 속에서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냈다. 이번 정책 제안은 정치적 변화에 위축되었던 지난 경험들을 바탕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자생 기반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제안된 모든 정책 과제들이 다음 정부 중 입안, 집행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방향 설정임은 자명하다. 남은 것은 토론을 통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독립영화인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해본다.

‘다음 정부에 제안하는 독립영화 진흥정책’은 한독협 웹사이트(http://kifv.org)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2 기간 중인 12월4일 오후 3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 토론회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