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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냄새 나는 거대한 인공 호수
김소희(시민) 2012-12-07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고 있다. 사람도 찜통 속 옥수수처럼 익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팔다리며 얼굴에 붉은 동전 자국을 찍고 다니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계곡 나들이를 다녀온 아이들이다. 우리 동네에서 각광받는 피서지인 계곡에는 폭염으로 실종됐다는 모기떼 중 센 놈들만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도서관은 피난촌이 됐고, 커피점엔 빈자리가 없다. 어수룩한 목소리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하루에 두번씩 수돗물에서 냄새가 날 수 있으나 몸에 해로운 건 아니라는 안내방송을 한다. 너도 나도 강도 참으로 힘겹게 여름을 나는 중이다. 그야말로 ‘단체전’이다.

삼성전자 보고서는 9월 중순까지 덥고 내년에는 더 덥겠다는데, 정녕 ‘의지’와 선풍기만으로는 안되는 일이려나. 은근슬쩍 고리 원전 1호기 재가동이 결정됐고, 낙동강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 녹조인 남조류가 급속히 번져 일부 구간은 경보 단계를 넘어섰다. 녹조는 물이 따뜻하고 햇볕이 많으며 잘 흐르지 않을 때 생긴다. 이걸 가뭄과 폭염 탓이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앞뒤가 바뀐 무책임한 말이다. 낙동강 하구에나 생기던 남조류가 강 중류에서 발생한 것은 아래위로 들어선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서다. 모래밭과 수초, 습지도 사라졌으니 강은 스스로 정화할 능력을 잃었다. 그 상태에서 가뭄과 폭염까지 겹친 결과다.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남조류로 뒤덮인 것은 전력난을 대비해 북한강 댐 방류량을 줄여서라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겨울 이미 이상 녹조가 발생한 지역인데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여름을 맞았다. 독일에 거주하는 환경전문가 임혜지 선생은 그 원인을 “수질관리의 능력이 없든가, 관심이 없든가, 돈이 없든가 셋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질 걱정은 끝난다며 4대강에 돈을 몽땅 퍼부었으나 정작 수질관리를 할 돈이 없다. 수도권 37개 정수장 가운데 악취를 막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된 곳은 3곳뿐이고, 녹조의 원인인 영양물질 유입을 관리할 지류/지천 개선 사업은 손도 못 대고 있는 형편이다. 남은 것은 냄새 나는 거대한 인공 호수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또 어떤 재앙을 맞을지 모른다.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부디 뜯어내길. 뜯어내는 공사도 토건족 배불리는 데에는 좀 도움이 될 거예요. 저희는 숨만 쉬고 물만 (끓여) 먹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