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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공갈단, 비켜!
2002-01-30

비디오카페

지난주의 강릉 아가씨는 어김없이 대여기일을 늦추지 않고 택배로 비디오를 반납했다. 이번엔 약과가 아닌 한과와 함께. 물론 강릉 특산품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전국 어디서든지 와도 대여해줄 수 있다. 비디오를 빌려가는 모든 사람들이 강릉 아가씨 같으면 좋으련만….

며칠 전 있었던 ‘母子 공갈단’ 사건을 이야기할까 한다. 녹번동에 사는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3개월 전 우리 대여점에 처음 와서 스탠리 큐브릭의 <스팔타커스>를 비롯한 3개의 비디오를 빌려갔다. 좋은 영화를 빌려가는데다 녹번동에서까지 우리 대여점을 찾으니, 기특한 마음에 더 잘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는 한달이 지나도 반납할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전화통화가 되는데도 초반엔 “갖다주겠다” 하더니, 그 이후엔 우리쪽에서 전화만 하면 그냥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또 겨우 통화가 되면, “그렇게 아쉬우면 네가 와서 가져가면 될 거 아냐?”라는 식이었다. 그 승강이를 3개월간 했다.

또 한번 악의 무리를 소탕하기로 작정하고, 그 지역 파출소의 도움을 얻어 집까지 찾아갔다. 그 친절한 경찰은 이런 일은 법규에 없는 일이라며 직접 관여를 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하며 그 집 앞에서 돌아갔다. 그 집에는 김모씨는 외출하고, 엄마가 혼자 있었다. 우리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왔는데요”라고 신분을 밝히자, “어느 가게죠?”라고 되묻는 것이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 싶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테이프라도 찾겠다고 하니,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과 함께 “내 아들이 안 돌려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못 주겠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직접 그 테이프를 찾으러 ‘아들의 방’에 들어갔더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한쪽 벽면에 세워진 책꽂이 가득 꽂혀 있는 케이스 없는 비디오 테이프들…. 그는 서울 전역을 돌며 그런 식으로 비디오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엄마는 그 행위를 방기하고 때론 방어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