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gadget
[gadget] 가장 빠른 다리미

필립스 스팀앤고

크기

34.7×12.9×12.2cm

무게

600g

특징

1. 별도의 물탱크가 없어 한결 가볍고 편리한 핸디형 퀵스팀 다리미. 2. 분당 최대 20g의 강력한 연속 스팀으로 구김 제거 성능을 개선했다. 3. 단 45초의 빠른 예열 시간. 바쁜 아침에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제일 꺼려지는 것부터 집안일의 순위를 매겨본 적이 있다. 설거지는 일찌감치 탈락했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다림질이 마지막까지 박빙의 대결을 펼쳤는데 선택은 결국 후자였다. 내게 다림질이란 인간이 가정에서 발명한 가장 번거롭고 곤란한 노동이다. 평소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최대한 피하는 거다. 매일 슈트를 입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 이럴 때면 참 다행스럽다. 게다가 파파라치 사진을 보니 브래드 피트도 입은 채 일주일쯤은 침대에서 뒹군 듯한 셔츠 차림으로 전세계를 돌던데 뭐. 하지만 브래드 피트가 구겨진 셔츠를 입고 등장했을 때는 모두 브래드 피트를 보지만 내가 구겨진 셔츠를 입고 출근하면 다들 내 셔츠만 본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스팀 다리미를 하나 장만하긴 했다. 바닥에 대고 압착해 주름을 펴는 기존의 제품보다는 확실히 간편하다. 그러나 앞으로 차차 설명하게 될 몇 가지 문제들을 겪은 뒤에는 1세대 다리미 옆자리에 고이 모신 뒤 벽장 문을 걸어 잠그고 말았다. 요즘은 몇년 만에 새로운 제품의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 바로 필립스의 스팀앤고다. 국내 최초의 핸디형 퀵스팀 다리미라는 설명에 그만 솔깃해지고 말았다.

기존 스팀 다리미의 가장 큰 단점은 무겁고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주섬주섬 꺼내고 본체에 물탱크를 채워 예열하는 과정 자체가 (나 같은 게으름뱅이에게는) 상당히 번거롭다. 게다가 필요 이상으로 큰 탱크는 물 낭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정 수위 이상을 채워야 작동이 가능한데 셔츠 한두벌의 큰 주름만 해결한 뒤 전원 스위치를 꺼버리면 물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두달이 지나 다시 사용할 때는? 찜찜한 마음에 남아 있던 걸 버리고 새로 채우게 된다. 스팀앤고는 물탱크를 60ml 용량으로 최소화해 스팀헤드와 일체시켰다. 가득 채우면 최대 셔츠 2∼3벌을 다릴 수 있는데, 이 소박하다면 소박한 능력 덕분에 독신자 가정에서는 오히려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600g밖에 안되는 초경량 헤드에 물탱크부터 조작버튼까지 모든 게 다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조작이 쉬워졌다. 유선 청소기와 핸디형 무선 청소기의 차이점을 생각해보면 비교가 쉽게 와닿을 거다. 물론 무선 제품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뿐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예열 시간을 45초로 단축했다는 대목에는 확실히 점수를 던져줄 만하다(기존 제품 대부분은 1분 이상이다).

한계는 있다. 스팀을 사용하는 다리미는 다림판에 압착해 사용하는 제품처럼 구김을 말끔하게 펴주진 못한다. 거슬리는 부분만 후딱 해결하자는 응급처치에 가까운데 지금까지는 그나마도 성능이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스팀앤고도 응급처치 이상을 하진 못한다. 그래도 분당 최대 20g의 강력한 연속 스팀을 분사하는 전동 펌프는 급한 상황을 솜씨 좋게 무마한다. 한편 실크 등 조심스러운 옷감에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스팀 다리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분사구에 부착해 사용하는 브러시 액세서리는 두꺼운 겨울옷에 뜨거운 김이 더 잘 스미도록 돕는다. 가격은 1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