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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나는 내 얼굴이 좋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3-01-01

돌아온 독립영화계의 기대주 <누나>의 이주승

독립영화계의 기대주 이주승이 돌아왔다. <장례식의 멤버> <원나잇 스탠드> <간증> <평범한 날들> <U.F.O.> 등 여러 편의 독립영화에서 또렷한 인상을 남긴 그가 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누나>는 그가 군 입대 전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이다. 그는 <누나>에서 의지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고등학생 진호를 연기한다. 진호는 이주승의 표현을 빌리면 “겉은 육식동물, 속은 초식동물”인 소년이다. 지금껏 그가 연기해온 수많은 소년들처럼 진호 역시 단순한 소년이 아니란 얘기다. 실제로 만난 이주승은 앳된 소년의 모습을 한 청년이었다. “잡생각을 많이 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엄청 집중한다”는 그는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두눈을 가지고 있었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단단하게 여물어가고 있는 이주승을 만났다.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나 됐나. =10월27일에 제대했으니까 내일이면 제대한 지 두달 된다.

-그사이에 영화 한편을 찍었다고. =이유빈 감독의 <셔틀콕>이란 독립장편영화를 찍었다. 군 말년 휴가 때부터 촬영했다. 촬영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제대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누나>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오디션 겸 미팅을 했다. 한달 반 정도 연락이 없다가 <누나> 조감독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사이 다른 영화를 준비하게 돼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한번 더 만나보고 싶다더라. 여배우는 정해졌냐고 물었더니 성유리씨가 캐스팅됐다는 거다. “예? 누구요? 우리 언제 만날까요?” 그랬다. (웃음) 내가 언제 성유리씨와 영화를 찍어보겠나.

-성유리 때문에 <누나>에 출연했다는 건가. =‘때문에’는 아닌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성유리에 대한 팬심보다는, <누나>의 시나리오를 이미 읽은 상태였으니까 ‘왜 성유리라는 배우가 이걸 연기한다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극중 대사를 빌려 표현하면 진호는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은 모두 물어뜯는 개새끼’다.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강아지가 사람을 보고 막 짖을 때, 실은 그 강아지가 겁을 먹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진호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고, 돈은 없고, 방황하면서 애들 삥이나 뜯고. 그 두려움을 나쁜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비록 진호가 나쁜 애지만 나빠 보이면 안된다는 거였다. 관객이 진호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했다.

-때리고 맞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굉장히 리얼하더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 경험이 때리고 맞는 연기에 도움이 됐나. =많이 도움 됐다. 태권도가 사람을 KO시키는 운동이 아니잖나. 치고 빠지는 걸 잘해야 하는 운동인데,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스탭들도 나보고 잘 때린다고 하더라.

-태권도는 왜 그만뒀나. =어느 순간 누군가를 때리는 것 자체가 미안해졌다.

-그 이후 배우의 꿈을 키운 건가. =배우는 배우로 태어난 사람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길거리 캐스팅을 몇번 당했다. 중2, 중3 때 롯데월드에서. (웃음) 못생겨도 길거리 캐스팅은 다 당하더라. 해보니까 연기가 재밌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연극부에 들어갔다.

-군대에 있는 동안 연기가 무척 하고 싶었겠다. =화장실 갈 때마다 연기 연습을 했다. 연습할 데가 없었으니까.

-군 생활 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어릴 때부터 굉장한 자유를 누리며 살았다. 거의 혼자 크다시피 했는데 군대에선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야 하니까 그게 참 힘들었다. 군대에 있는 동안 몽유병도 생겼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갑자기 구두 닦으러 가고, 옷을 다섯겹씩 껴입고, 팔에다 치약 짜고. (웃음) 상담을 받았는데 스트레스 때문이라더라. 상병 되니까 없어졌다.

-본인의 얼굴이 조금 더 개성있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잘생기진 않았지만 내 얼굴이 좋다. 연기하기 편한 얼굴 같아서.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배우 이주승의 매력인 것 같다.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이나 영향을 받은 배우가 있나. =연기를 하면서 리얼리티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영향받은 배우는, 고등학생 때부터 이병헌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선배를 좋아한다. 그런 고독함이 느껴지는 연기는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끊임없이 정확하게 밀도를 찾아내려는 연기가 좋았다.

-아직 상업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없다. =이제 상업영화도 겸하고 싶다. 사실 아직 그 둘의 차이도 못 느껴봤다. 사람들이 독립영화 찍는 거 힘들지 않냐, 상황이 열악하지 않냐, 그러는데 사실 독립영화밖에 안 찍어봐서 비교할 수도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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