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전시
[전시] 옛날 옛적엔 19금에도 풍류와 낭만이

<옛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

전 단원 김홍도(傳 檀園 金弘道), <운우도첩>(雲雨圖帖) 중 일부, 19세기 전반경, 종이에 수묵담채, 28x38.5cm

기간: 2월24일까지 장소: 갤러리현대 본관, 두가헌 갤러리 문의: www.galleryhyundai.com

어젯밤 내가 본 <9시 뉴스>에서는 강추위를 알리는 화면에 이어 14세기 중반의 고려 불화가 등장했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국립동양예술박물관에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불화 한점이 발견된 것이다. 죽은 사람을 서방세계로 안내하고 있다는 기자의 멘트 뒤로 적의를 입고 온화한 표정을 한 아미타불 이미지가 등장했다. 몇초 만에 텔레비전 화면에서 사라진 아미타불은 나에게 시간대를 점프한 느낌 이상을 건네지 못했다. 과거와 옛사람은 ‘낯선 나라’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고려시대 사람이라면 저 불화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는 고려 불화에 비하면 널리 알려진 장르다. 그림 속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2013년의 시점과 비교해보아도 통하는 장면이 많다. 밥그릇이 상당히 크기는 하지만 밥을 먹고 있거나, 지금 우리가 그러고 놀지는 않지만 두 동네가 모여 씨름을 한다거나 달 아래 한복을 입은 남녀가 애틋한 눈매를 주고받는다거나. 알 법한 그림들이다. 왕이나 선비의 냉랭한 얼굴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이들의 ‘생활’을 그린 장면은 친근하고 솔직하다. 인쇄매체를 통해 자주 보았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를 보다보면 그림 속 이들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다시 반문. 내가 그림 몇장을 통해 이들의 실체와 이들의 고민을 안다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갤러리현대(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옛사람의 삶과 풍류’를 조명한다. 관아재 조영석, 공재 윤두서 등의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그린 풍속화가 전시장의 입구라면 청소년들은 들어올 수 없는 ‘19금’ 공간에서는 전시의 핵심이라 할 ‘춘화’가 전시된다. 걸쭉한 농담과 디테일한 성적 묘사가 난무하는 그림들은 조선 후기 가장 뛰어난 춘화첩으로 해석되는 <운우도첩>과 <건곤일회첩>에 담긴 것이다. 전시는 또한 평민화가 김준근을 통해 당대 풍속화가 기록 및 유통되는 방식을 말한다. 김준근은 중앙 화단과는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조선 최초의 개항장인 원산에서 활약하며 뛰어난 그림 실력과 재간으로 자신의 풍속화를 해외에 ‘수출’했다. 그의 그림에는 어린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무얼 하고 노는지, 무속의 세계나 처녀총각의 결혼식은 어떻게 하는지 외국인 여행가들이 궁금해했을 법한 장면들이 실감나게 담겨 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유홍준(1월23일), 이태호(2월13일) 교수의 강의도 진행된다.

사진제공 갤러리 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