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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 메모리즈> [3] - 장동건의 제작기 ③
정리 박은영 2002-02-01

배우가 중요하지 않은 장면도 있구나

[자동차 폭파신]

국도에서의 촬영은 배우들보다는 스탭들이 훨씬 더 많이 힘들었던 시퀀스였다. 나는 놀면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영화에서 중요하고 액션도 많은 장면이지만, 흐름상 감정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서는 좀 쉬면서 연기하는 경우이다. 장소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적으로도 적당한 장면이었지만, 넓은 데서 사람들한테 구애받지 않고 우리끼리 촬영하는 게 좋았고, 또 놀잇거리도 있었다(길 끝과 끝이 너무 머니까 제작부에서 쓰려고 준비한 장난감 자동차가 있었다. 나는 틈틈이 그 자동차를 몰고 다녔다). 액션도 그렇게 난이도가 높거나 체력적으로 힘든 장면이 없었고, 그래서 마음 편하게 찍었다. 국도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자동차 폭파신이었다. 나는 다치는 것보다도 기회가 한번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혹시 잘못되거나 화면에 잘못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 컨디션이 괜찮았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액션에서 여배우가 설 자리는?

[화물선 세트에서]

화물선에서는 항상 여배우 서진호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보통 액션영화에서는 여자가 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남자가 혼자 있으면 충분히 해결되는 상황도 여자가 짐이 돼 모두가 위기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땐 답답하다. 진호는 그렇게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촬영 내내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맡은 오혜린은 조선인 리더, 여전사가 아닌가! 서진호는 평소에 운동을 나름대로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액션장면에서 여자가 불리한 건 사실이다. 앵글 속에 항상 둘이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보단 느리니까 다른 남자배우들하고 할 때보다는 제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 고민은 사카모토가 오혜린을 뒤로 하고 시간의 문으로 뛰어드는 장면을 어떻게 어떤 감정을 갖고 찍느냐, 하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감독님에게 가서 울어야 하는 건지 어떤 건지를 물었다. 감독님도 시원한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봤다. “아, 이젠 내가 가야 되는구나” 하는 식으로. 무표정에 가까우면서도 진지하게, 이 사람마저 이렇게 되었으니 해결할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하는 느낌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 노장을 위해 대사 쓴 종이를 들고

[이마무라 쇼헤이, 카메오 출연]

설악산의 장수대는 영화 속에서 완달산으로 바뀐다. 완달산에 있던 영고대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학자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님이 단역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에야 ‘아, 이분이 그 유명한 감독님이시구나’ 하는 실감이 왔다. 그리고 존중해드리고 싶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감독님이신데, 지금은 거동도 많이 불편하시다. 짧은 장면이긴 하지만, 대사가 꽤 많아서, 연기하실 때 그분의 대사가 큰 글씨로 쓰여 있는 종이를 잘 보실 수 있게 들어드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분과 마주 앉아 연기를 하면서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끔 노인들에 대해 생각해본다.(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턴가?) 나는 젊은 세대들이 노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았건간에 자기 인생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저세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님은 훌륭한 영화인생을 사신 분이다. 노년이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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