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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 메모리즈> [1] - 장동건의 제작기 ①
정리 박은영 2002-02-01

2001년 1월 30일∼ 9월 2일, 길고 험한 여정의 기록

총제작비 80억원, 기획기간 2년, 촬영 8개월, 촬영횟수 120회, 사용된 필름 18만자…. 역대 개봉작 중 가장 많은 물량이 투입된 영화라지만, 이런 수치들이 라는 영화를 속속들이 설명하진 못한다. 영화의 모양을 빚고 색깔을 입히고 숨을 불어넣는 역할은 역시 ‘사람들’ 몫이니까. 그중에서 이렇게 영화의 ‘크기’가 강조될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파트 중 하나가 연기일 것이다. 일찌감치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했던 장동건은 이 영화와 함께 많은 일을 겪었다. 전국 로케에, 일본과 중국 나들이까지 했다. 원없이 총도 쏴봤고, 와중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프리프로덕션이 길어지면서 뒤늦게 만난 <친구>로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얻었는가 하면, 블록버스터에서 배우는 얼마나 드러나고 숨어야 하는지를 가늠하느라 시름에 잠기기도 했다. 외롭던 순간들, 더불어 정겹던 시간들.

2001년 1월30일부터 9월2일까지, 카메라가 돌아가던 8개월 동안의 일들을, 장동건의 시점에서 되돌아본다. 이 글은 인디컴에서 기획·제작한 의 메이킹북 에서 ‘장동건의 배우일기’의 일부를 발췌, 재구성한 것임을 밝힌다.

백지를 낸 수험생처럼…

[크랭크인]

꿈에 시험을 봤다. 시험지를 받아봤는데, 답을 하나도 몰라서 괴로워하는 그런 꿈이었다. 이런 꿈을 자주 꾼다. 뭔가 준비가 부족하고 불안할 때는 꿈속에서 학생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촬영 전날, 난 꿈에서 그냥 백지를 내고 말았다.

첫 촬영장소는 용산 전쟁기념관 앞 광장이었는데, 날씨가 아주 추웠다. 게다가 한 시퀀스에 이렇게 많은 차량과 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난 많이 움츠러 있었다. 프리프러덕션은 길었고 나름대로 준비도 했지만, 바로 전에 <친구>를 찍었던 탓에 마음이 불안하고 캐릭터 연구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더 많은 얘길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많이 만났고, 서로 형, 동생하면서 친해졌기 때문에 첫 촬영일에도 서먹함이 없었지만, 캐릭터에 대해 깊이 얘길 나누기보단 주로 술만 먹은 것 같다. 대화를 많이 하긴 했지만 작품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기도 하다. 감독님이 지금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있을까.

촬영분 보고 당황, 원인이 뭘까?

[총격 액션]

이토회관의 촬영은 나와 사이고가 대원들을 이끌고 후레이센진의 테러를 진압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그리고 엄청난 총격신이 있다. 그런데 방탄조끼가 굉장히 불편했고, 사이고와 함께 인질들을 구해서 데리고 나오는 장면에서 총잡은 자세가 어색했다. 총을 잡거나 쏘는 자세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를 보는 순간 당황했다. 원인이 뭘까. 나이가 들어서 옛날 같은 자세가 안 나오나, 운동한 지가 꽤 돼서 그런가. 별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곧 자세가 괜찮아져서 다행이었지만.

총 쏘는 장면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실총 사격연습할 때나 리허설할 때까진 총을 쏘면서 눈을 안 깜박거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슛이 들어가자 한방에 한번씩 정확히 눈이 깜박거린다. 속으로 몹시 당황했다. 촬영이 끝나고 총격신이 있는 비디오를 잔뜩 빌려 봤다. 그런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도 눈을 깜빡이는 것이 아닌가. <히트>에선 총싸움신 바로 앞에 선글라스 쓰는 설정이 있다. 할리우드에선 저렇게 커버를 하는구나. 로버트 드 니로도, 발 킬머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고, <매트릭스>에선 키아누 리브스도 선글라스를 쓴 채 액션을 벌인다. 눈을 안 깜빡거리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더 어색하게 보인다는 사실.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눈을 깜박이려고 노력했다.

신주쿠 거리에서, 내 연기가 창피했다

[해외 로케이션]

일본에서의 첫 촬영은 도쿄 거리에서의 자동차신이었다. 하루종일 열심히 찍었지만, 일본쪽의 장비 사정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찍기로 했다. 그 다음이 신주쿠 거리장면이었는데, 정식으로 촬영 허가를 받지 않아, 도둑 촬영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이전에 어깨에 총을 맞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피를 흘려야 한다. 참 신기했던 게 일본사람들의 반응이다. 의외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없다. 연기자 입장에선 더 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피를 흘리며 신주쿠 거리를 걸어가면서, 난 처음으로 연기하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같으면 내가 연기하는 줄 알 텐데, 이들은 내가 연기하는 줄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국. 하얼빈역에 대한 첫 느낌은 실망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것과 너무 안 맞았다. 그리고 통제하기 어려웠던 중국쪽 보조 출연자들은 말이 안 통해서 그랬는지 정말 말을 안 들었다. 총을 겨누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놀라지도 않고 계속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게다가 도오루상의 일본쪽 스케줄 문제와 제작일정 때문에 우린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그의 연기를 모니터하면서 내게 필요한 감정을 키울 수 있었다. 도오루상, 아리가토 고자이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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