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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신대륙 발견부터 오늘날의 미국까지

<미국미술 300년전>

프레데릭 레밍턴, <목동>, 1905년.

기간: 5월19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문의: www.artacrossamerica2013.com

미술 앞에 국가의 이름을 붙여 쓰는 일. 그러니까 ‘미국미술’. ‘한국미술’, ‘일본미술’이라는 단어로 미술을 범주화하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와 미술의 만남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범위를 어떤 기준으로 삼을지부터 논쟁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미술 300년전>은 ‘이것이 미국미술이다’라는 선언 못지않게 제목부터 부담스럽다. 아니 고집스럽다고 해야 하나. 전시는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300여년 동안 제작된 미국미술을 총망라한다. 공평한 백과사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미술이 미국이라는 국가와 관계맺어온 각고의 여정을 드러내는 작업을 선별하여 보여준다.

전시구성의 1부인 ‘아메리카의 사람들’에선 유럽에서 건너온 18세기 탐험가, 개척자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아직 여기 미국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른다 하더라도 자신감과 기대에 찬 표정의 군상이 그림 안에 새겨져 있다. 찰스 윌슨 필이 그린 <캐드왈라더 가족 초상>, 이들의 옷과 몸의 자세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2부 ‘동부에서 서부로’에 이르면 미국에서 발견한 땅의 풍경과 원주민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드러나는 몇몇 장면들이 보인다. 토머스 모란이 그린 <콜로라도 강가의 그랜드 캐니언>, 프레데릭 레밍턴이 잡아낸 <목동>의 시선은 구대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메리카의 광대한 대륙을 좇아간다. 19세기 중후반 대호황을 누린 미국인들의 풍요로운 삶은 4부 ‘세계로 향한 미국’에서 만난다. 프랑스에서 싹튼 당대 인상주의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화가들의 손짓은 유럽 이상으로 풍요롭고 반짝이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미국식 ‘라이프’를 담는다. 5부 ‘미국의 근대’에서는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도 볼 수 있고, 6부 ‘1945년 이후의 미국미술’에 오면 잭슨 폴록의 작업도 볼 수 있지만 전시장에 급하게 불려나온 인상이 짙다.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 미국미술의 현대를 전시가 단편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 아쉽다. 교과서 도판이 전시장에 띄엄띄엄 걸려 있는 듯해 미국 역사를 축약된 노트로 공부하는 기분이다. 다른 시대 같은 공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들끓었던 장면을 간단명료하게 채집한 까닭이다. 오는 2월25일이면 시작되는 새로운 정부는 또 어떤 나라를 만들어나갈까, 한국미술의 새로운 페이지는 이 시기를 어떻게 역동적으로 반영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