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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크리에이터 열전] 폭력의 전도사
안현진(LA 통신원) 2013-04-12

<더 팔로잉> 케빈 윌리엄슨

케빈 윌리엄슨.

케빈 베이컨의 TV 데뷔작이 된 <더 팔로잉>(<FOX>)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이 TV시리즈가 미국의 공중파 채널에서 방영되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잔인하기 때문이다. 파일럿에서만 4번의 살인장면이 등장했고 대충 얼버무리기는커녕 어떤 흉기로 어떻게 살해하는지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HBO>나 <Showtime>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TV시리즈와 다르게 미국의 공중파 채널은 표현 수위를 엄격하게 지키며 언제나 법이 승리하는 그야말로 안전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한데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더 팔로잉>은 잔인한 것도 그러하거니와 에피소드 8편이 방영된 지금까지 계속해서 악인이 승리하는 것도 공중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개가 아니기에 충격적이다. 더욱이 뱀파이어도 좀비도 아닌, 회계사, 교사, 아버지, 어머니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에서 저지르는 살인이다보니 유혈이 낭자한 화면이 주는 시각적 충격과는 별개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도 있다. 문제는 이 TV시리즈가 꽤 재미있으며 잘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점이다. 미국의 TV 평점이 모이는 사이트 ‘메타크리틱닷컴’에서는 <더 팔로잉>의 평균점수가 80점대 초반을 기록했는데 감점 요인은 폭력성이 대부분이었다.

<더 팔로잉>의 주인공은 전직 FBI 요원 라이언 하디(케빈 베이컨)이다. 전사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10년 전 14명의 여대생을 죽인 연쇄살인범 조 캐롤(제임스 퓨어포이)을 잡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크게 다친 라이언은 술에 기대 목표없는 삶을 살아왔다. 라이언과 조의 악연은 라이언이 조의 아내인 클레어(내털리 지아)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한층 깊어졌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3년, 조가 저지른 것과 똑같은 수법의 살인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FBI는 라이언을 다시 본부로 불러 조와 대면시킨다. 진실은 조의 추종자들이 그의 지시에 따라 살인을 했던 것인데, 수사가 허점에 빠진 틈을 타 조는 유유히 탈옥해 자신의 추종자가 모여 있는 커뮤니티로 몸을 숨긴다. 아내를 되찾고, 라이언을 벌하려는 조의 계획대로 살인은 계속되고 라이언은 한 발자국씩 늦는다.

약하고 상처받은 선인과 영리하고 매력적인 악인을 대치시키는 것 역시 TV시리즈의 전형에서 벗어나는 <더 팔로잉>은, 공포영화 <스크림> 시리즈와 TV시리즈 <도슨의 청춘일기>의 크리에이터 케빈 윌리엄슨의 창조물이다. 지난해 일어나던 2건의 총기사건 때문에 민감해진 미국 언론은, 무차별 살인이 난무하는 이 TV시리즈에 대해 방영 전부터 우려와 혹평을 표했다. 살인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컬트집단은 인간적으로 그려지고, 경찰조직은 부패와 불신이 가득하게 그려졌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한데 윌리엄슨은 이같은 비난에 제법 의연하게 대처한다. “영화의 폭력성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찾자면 나의 전작인 <스크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10대들은 마스크를 쓰고 나쁜 장난을 저질렀다. 영화 속 폭력과 현실세계의 관련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면 할리우드의 작가들은 토끼굴에 숨어 나오지 않는 것 말고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을 것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질문들에 노코멘트나 우답으로 일관하는 윌리엄슨은 자신이 바라보는 <더 팔로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이야기는 두 번째에 대한 이야기다.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이야기고, 두 번째 챕터, 부활을 담고 있다. 인생의 바닥을 경험한 라이언 하디에게도 두 번째 기회가 될 것이고, 10년 동안 수감되었던 조 캐롤에게도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열린 셈이다. 물론 이 작품은 나의 경력에 있어서도 두 번째 장을 열어주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이야기를 재기와 부활의 이야기로 볼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 주제는 통했는지, 얼마 전 <FOX>는 <더 팔로잉>의 두 번째 시즌을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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