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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워 솔저스> LA 촬영현장
2002-02-06

앞을 알 수 없는 살육전 속으로!

We Were Soldiers 감독·각본 랜달 월레스 출연 멜 깁슨, 매들린 스토, 크리스 클라인, 그렉 키니어 수입 튜브 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5월초

기다랗게 자란 수풀 속에서 ‘잠복’ 촬영중인 <위 워 솔저스> 현장을 수색하기 위해 LA에서 북쪽으로 약 4시간 동안 차를 달렸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소떼와 외딴집이 적요한 풍경화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뿐, 인적없는 산길을 1시간여 달렸지만 촬영현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갔을까. ‘촬영현장’이라 쓰인 팻말과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다시 지프차로 갈아타고, 좁은 냇물을 건너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몇분 동안 더 올라가자 비로소 거짓말처럼 탁 트인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엔 헬기 4대가 프로펠러를 펼치고 한가롭게 앉아 있고, 그 옆으로는 몇대나 되는 트럭들이 병정처럼 도열해 있다. 다른 한쪽에는 거대한 천막이 쳐진 가건물, 간이화장실도 보인다. 공터 한편에 수풀이 조용히 흔들리면서 좁은 길 사이로 얼룩덜룩한 뭔가가 바쁘게 돌아다닌다. 자세히 보니 군복 차림의 병사들. <위 워 솔저스> 제작팀이 베트남의 수풀을 재현하기 위해 드넓은 평원이었던 이곳에 직접 나무를 심고 키웠다는데, 거대한 수풀림은 태곳적부터 그랬다는 듯 태연자약하다.

베트콩들에 포위된 무어 대령 일행한테 헬기로 병력을 지원해주는 신과 폭파신을 찍는 날. 햇살은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강렬했지만 건조한 날씨 때문에 땀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베트남의 기후를 고려하면, 땀에 젖은 군복은 필수. 목덜미와 가슴팍에 스프레이를 뿌려 땀에 젖은 군복을 만들어낸다. 리허설에 이어진 실제 촬영. 크레인이 올라가고, 몇 십명이나 되는 스탭들은 모두 잔뜩 긴장하며 대기한다. 프로펠러 돌아가는 굉음과 함께 헬기가 땅에 근접하자 낙엽과 먼지가 폭풍처럼 주위 사람들의 몸을 사정없이 후려갈긴다. 더 그럴싸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낙엽을 뿌려대느라 스탭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위 워 솔저스>는 배우 멜 깁슨과 <브레이브 하트>와 <진주만>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 렌달 월레스가 손잡고 만드는 전쟁영화. 1965년 11월14일, 죽음의 골짜기라 불리는 베트남의 라 드랑 계곡에서 미 육군 캘버리 부대의 무어 대령(멜 깁슨)과 400명의 병사가 2천명의 베트콩들에 포위당했다. 살아돌아온 무어 대령과 종군기자 조세프 L. 갤러웨이는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We Were Soldiers Once, and Young)라는 책을 써서 역사 속에 묻혀버린 전투의 현장을 증언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원작을 읽은 랜달 월레스는 영화화를 제안했지만 실전 용사이던 저자들은 할리우드를 불신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각색한 시나리오를 보내 허락을 구한 랜달 월레스는 영화가 마음에 안 들면 찾아와서 자신을 쏘라고 했다고. 이렇게 <위 워 솔저스>는 베트남전에 관한 다큐멘터리적인 드라마, 베트콩을 존중하는 영화로 ‘약속’받았다. 미국에서 3월1일, 국내에선 5월에 ‘전투’를 개시한다. 위정훈

감독 랜달 월레스 인터뷰

“베트남전을 재정의할 것이다”

당신은 작가들에게 원작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내가 그들에게 약속한 것은 진실을 말하겠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진실이냐는 어려운 문제다. 사실의 집합체인 이야기 가운데 어떤 것을 강조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책에 쓰인 수많은 사건들 중에서 취사선택해야 하고,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인가도 생각해야 했다. 원작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자세와 욕구와 동기였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명확한 약속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투에 참가했고 책을 썼다. 하지만 나는 영화감독이고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야 할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들에게 영화가 맘에 안 들면 와서 나를 쏘라고 했다. (웃음)

당신은 <브레이브 하트> <진주만> 등 역사에 대한 시나리오를 많이 썼고, 감독작도 <아이언 마스크> 등 역사에 관한 영화다. 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나.

역사가 과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특정한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는 거대한 뭔가가 있다. 우리가 베트남전의 결과를 이해하면 그들의 삶을 다른 컨텍스트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전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러브스토리를 쓴다고 생각한다. 전쟁은 사랑을 삶과 죽음의 컨텍스트에 집어넣는다.

멜 깁슨과 일하는 것은 어떤가.

멜 깁슨은 굉장한 사람이다. 배우들은 대개 영웅 역할을 할 때 카메라가 자신을 눈을 비추어 자신이 영웅이 아님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는 내가 만든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 특정 인물을 생각하면서 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이 배역엔 누가 가장 적합할까 생각했을 때 멜 깁슨이 떠올랐다.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등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다른 영화들과의 차이점은.

이 영화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세계가 생각하는 베트남전을 재정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베트남전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넣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영화가 참전했던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의 관점을 바꿀 것으로 믿는다. 영화 앞부분에 ‘전쟁에서 싸운 모든 사람에게 바칩니다’라고 쓸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 군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는 위대한 전투이야기다.

배우 멜 깁슨 인터뷰

“모든 전쟁은 돈의 문제다”

무어 대령, 갤러웨이 기자 등 실존 인물들이 나중에 영화를 본다는 사실에 중압감을 느끼지 않나.

별로 없다. 원작과 조금 다르다는 것에는 책임을 질 것이다. 영화화하면 각색되는 부분이 있다. 월레스는 거기 관련된 사람들을 생각하며 매우 정직하게 각색했다.

베트남전에 관심이 있었는가. 베트남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트남전이 발발했을 때 나는 16살이었고, 그래서 참전하지 않아도 됐다. 그때의 정치적 분위기는 우리가 그곳에서 뭘 하고 있느냐였다. 참전했던 사람들도 우리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지, 하고 생각햇다.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전쟁은 돈문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의 파워게임이다. 시체의 숫자놀음 등 수치만으로 베트남전이 너무 가볍게 다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군사 훈련캠프는 어땠는가. 유용했나.

괜찮았다. 젊은 배우들은 오래 머물렀고, 나는 좀 늦게 합류했다. 난 훈련캠프에 참여하기엔 좀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연예인용의 다소 강도가 낮은 코스를 택했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신 뒤 5마일을 뛰곤 했다. 좋았던 점은 모든 배우들이 훈련을 함께 받으며 한팀이라는 것을 느꼈다는 거다.

이 영화가 젊은 세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나.

양쪽 진영에서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를 일러줄 것이다. 고향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무서움, 아버지를 잃는 슬픔 등을 말해주겠지.

<왓 위민 원트>와 매우 다른 캐릭터다.

사실 이 영화에서 무어 대령이 갑자기 군복을 벗어던지고 속에 란제리를 입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