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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USS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온 편지
송경원 2013-05-27

21세기 새로운 우주 개척자,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인공들을 만나다

<스타트렉>은 다시 태어났다. 공개된 <스타트렉 다크니스>(이하 <다크니스>)의 위용은 이 영화가 J. J. 에이브럼스의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하 <비기닝>) 감독에 에이브럼스가 낙점되었을 때만 해도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할리우드의 실세 감독의 손에 전통있는 시리즈의 아우라가 훼손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비기닝> 이후 대중은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다크니스>는 어쩌면 에이브럼스의 <스타트렉>을 시리즈 최고의 자리에 밀어올릴지도 모른다. 놀람과 경탄으로 압축되는 반응들, 그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새로운 우주를 향한 개척자들, 여기 런던에서 만난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의 편지를 함께 부친다.

애초에 <스타트렉>은 그리 연속성이 단단한 시리즈가 아니었다. 1966년 첫선을 보인 이래 수십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40년 이상 장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TV 드라마 시즌마다 조금씩 다른 설정을 선보인 것은 물론 극장판 <스타트렉7: 넥서스 트렉>(1994)에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이 완전 교체되는 등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생명을 유지해온 시리즈물이다.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 예를 들면 미지의 우주를 개척하는 USS 엔터프라이즈호를 중심으로 얼마든지 확장과 변형이 가능한 열린 세계인 셈이다. 에이브럼스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하여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타트렉>을 완성시켰다.

J. J. 에이브럼스의 성공 전략

<비기닝>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배경으로 한 <다크니스>의 이야기는 <스타트렉>의 초심으로 돌아간다. 개척과 모험의 상징 USS 엔터프라이즈호와 스타플릿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 커크와 스팍 두 사람의 우정을 전면에 내세우며 <스타트렉>다운 뼈대를 구축했다. 최신예함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새로운 함장을 맡은 제임스 T. 커크는 여전히 직관에 몸을 맡긴 무모한 모험을 즐기고, 일등 항해사 스팍은 불칸인답게 논리와 원칙에 입각하여 사사건건 커크의 행동에 제동을 건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중심이랄 수 있는 두 사람 사이의 화학 반응은 장대한 서사시 위에 익숙한 정서를 더하고 이는 ‘갑판 위에서 말로 해결하는 SF’였던 시리즈의 전통 팬들에게 친숙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다크니스>는 이같은 핵심 정서와 커크, 스팍, 우후라, 스코티 등의 개성 넘치는 주요 캐릭터들의 관계 위에 서 있다. 바꿔 말하면 그외 나머지 요소들은 전부 에이브럼스 스타일로 교체되었다.

<비기닝>의 캐릭터 설정이 이를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이었다면 <다크니스>는 전작이 마련해준 바탕 위에서 마음껏 우주공간을 누비며 역동적인 액션 활극에 집중할 여유를 얻었다. <다크니스>는 역대 어느 <스타트렉>보다 밀도있는 액션 시퀀스들로 이루어져 있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토록 쉴 새 없이 뛰고 구르고 주먹질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본 적이 없다. 함교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하던 전작들의 흔적은 간데없고 원시종족 니비루의 화산, 클링곤족이 있는 크로노스, 스타플릿 사령부가 있는 지구 등 각 행성을 오가며 그야말로 액션 활극을 펼친다. 추락하는 엔터프라이즈호 내부에서의 아날로그적인 액션부터 함선간의 전투, 3D에 최적화된 우주공간의 활강이동 장면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액션 시퀀스들이 짜임새있는 연결을 통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트레키들이 즐길 만한 요소와 정서를 유지한 채 일반 관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블록버스터로 포장한 솜씨가 과연 할리우드 대세남 J. J. 에이브럼스답다.

아이맥스와 3D가 합체된 최고의 스펙터클

무엇보다 <다크니스>의 핵심은 스페이스 오페라에 걸맞은 스펙터클의 정점, 아이맥스와 3D의 완벽한 결합에 있다. 깊이의 공간감을 축으로 하는 3D와 세로와 가로의 시야각을 넓혀 관객을 압도하는 아이맥스는 추구하는 방향은 전혀 상반된 도구지만, 에이브럼스는 놀랍게도 이 두 가지 스펙터클의 도구를 이종교배시켜 이제껏 누구도 목격한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감을 개척했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숏과 아나모픽 35mm로 촬영된 숏은 액션의 리듬에 맞춰 이음매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덕분에 스크린 속에는 또 하나의 우주가 담겨 있다.

최신의 기술로 새로운 우주를 개척한 에이브럼스의 발걸음은 최신형 우주전함을 타고 새로운 우주를 탐사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모험 그 자체다. 때문에 엔딩에서 5년간의 탐사 임무를 맡아 떠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여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우주는 열렸고, 아직 남은 우주는 무한하기에 ‘스타트렉’호의 에이브럼스 선장이 다음엔 어떤 우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21세기의 <스타트렉>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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