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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모든 비즈니스는 제발 문서로

표준계약서는 영화계 모든 식구들의 밥줄과 직결된 문제다

공공적 수준에서 표준계약서의 작성과 사용 확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계에 표준계약서가 있을까? 법적으로 인정받는 표준계약서는 하나가 있다. 그외 사실상 표준으로 통용되는 계약서들이 있다. 업계에서 사용하는 상영계약서, VPF계약서, 투자계약서, 최근 시나리오작가표준계약서 모두 다 개별단체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등이 임의로 발표하는 자칭 표준계약서들이다. 대표적인 것들이 영진위가 발표한 투자계약서, 상영계약서, 시나리오계약서다. 영화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부가 추진하는 방송국 외주제작 표준계약서도 있다.

표준계약서 현황을 말하는 첫 번째 이유. 제발 모든 비즈니스는 구두약속이 아니라 문서로 하시라. 영화판에서 그나마 계약서라도 시늉을 낸 게 2008년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대부분의 몇 십억, 몇 백억원짜리 비즈니스들이 그냥 구두로, 관행으로 처리되어왔다. 물론 분쟁에 대비하는 의미에서의 문서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본의 문제다. 창작자의 권리, 저작권자의 권리, 이런 거 말로 해봐야 다 소용없다. 창작은 계약 없이 가능할지 몰라도, 권리는 계약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계약서의 내용을 꼭 읽어보시고, 모르는 내용 있으면 물어보시고.

두 번째 이유. ‘표준’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계약서는 법으로 강제되어 사용해야 하는 계약서와 사실상의 표준계약서가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노동법상의 근로계약서, 공정거래법상의 표준약관이다. 같은 정부부처라도 문화부나 영진위가 발표하는 표준계약서는 법적인 준수 의무는 없다. 그저 권고사항일 뿐이다. 후자의 경우는 갑이 사용하는 관행적인 계약서들이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CJ의 계약서가 그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문서화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실행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본받아야 한다. 그런 바람을 쭉 밀고 나가서, 영화산업의 주요 계약서들을 공정위 표준약관으로 지정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표준계약서를 만들자고 나서는 것, 사용하는 것, 이런 것들은 계약 당사자들, 그중 을이 나서야 한다. 시나리오계약서는 작가들이 했고. 투자계약서는 제작자들이 했다. 연출계약서는 감독이 하고 있다. 상영계약서는 누가 했나? 영진위가 했다. 현재 배급사들은 배임 중이다. 영화계 모든 식구들의 밥줄과 직결된 표준계약서 문제에 우리 모두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