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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EW] 관계에서 의미 찾기

<몬스타>의 소녀 심은하에게 유독 눈이 가는 이유는…

Mnet과 tvN의 뮤직드라마 <몬스타>.

친구들의 외로운 마음에 음악으로 다가서는 다정한 소녀가 정작 감정 표현이 까칠한 아이돌과 남 일에 흥미없던 모범생이 보내는 관심 표현엔 놀라울 정도로 둔한, 그런 이야기. 그래. 민세이(하연수) 네가 눈치를 채지 못해야 사랑의 신호는 계속되고, 이쪽에선 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 우리 서로 윈윈이로다. Mnet과 tvN의 뮤직드라마 <몬스타>에서 노래하는 청춘의 풋풋함을 흡수하며 적어도 인생의 한달쯤은 젊어진 기분을 맛보는 중이다.

<몬스타>는 주인공 외에도 같은 반 아이들의 기분과 반응을 좇는 일에 소홀하지 않은 드라마다. 유도를 그만뒀어도 맘만 먹으면 가냘픈 아이돌 윤설찬(용준형) 정도는 너끈히 날려버릴 수 있었을 도남(박규선)이 자기를 무시하고 자극하던 설찬이 자신의 비트박스 실력을 인정하고 찰싹 붙어 매달리자 말로만 위협할 뿐 떨치지 않는 속내가 은근히 귀엽고, 짝사랑하던 선우(강하늘)가 좋아하는 사람이 세이란 것을 알면서도 구정물을 뒤집어쓸 뻔했던 세이를 몰래 구해주는 무뚝뚝한 일진 미녀 나나(다희)의 심정이 아릿하다. 특히 저마다 음악과 관련된 재주가 하나씩 드러나는 판에 ‘팬픽’ 쓰는 것 빼곤 큰 특징이 없는 둥글둥글한 소녀 심은하(김민영)가 밴드 ‘칼라바’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유독 눈이 가더라. 스타의 오라(aura)에 초연한 소녀들이 여주인공의 자리에 낙점되고, 은하 같은 아이들은 대개 무수리나 향단이의 자리에서 주인공들의 속마음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감당하는 게 이 장르의 법칙. 친화력이 뛰어난 은하 역시 전학생 세이와 가장 먼저 친구가 되고 반의 분위기를 해설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심경은 조금 더 복잡하다. 동급생 설찬을 ‘오빠’라고 부르는 ‘팬’과 같은 팀 ‘친구’로 종종 입장을 분리하던 은하는 설찬이 세이에게 집착하는 것을 눈치채고 팬픽을 쓰는 이유가 ‘딴 여자랑 연애하느니 차라리 멤버들끼리 사귀라는 마음’이라 설명한다. “그러면 제가 갈 데가 없어지거든요.”

스타와의 ‘거리’에서 자기 자리를 가늠하고 ‘차라리’라는 부사로 열망을 우회하던 은하의 변화는 팬픽 속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블로그와 노트에 쓰는 팬픽에 ‘칼라바’와 함께하는 일상이 섞이면서 은하는 설찬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그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서술하기 시작한다. 설찬의 이름을 이니셜 ‘S’로 대체하는 수줍은 이야기 속에서, 은하는 주인공 세이의 자리에 자신을 겹쳐본다. 이것은 선우를 향하던 나나의 시선이 세이에게 가닿는 것과도 비슷한데 <몬스타>는 이런 감정을 질투나 악의로 치환하고 음모의 동기로 삼는 드라마와 다른 길을 간다. 설정은 뻔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 스타에 대한 동경과 매력에 대한 감식안이 남다른 열여덟 소녀가 한 사람씩 반짝임을 찾아가는 동급생들과 어울리는 심정이 늘 말끔하기만 했을까? 은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십년 뒤 재회한 파티장면으로 상상하고 자신은 ‘아이비’로 변신해 재편곡한 <유혹의 소나타>를 부르며 모두의 시선을 받는다. ‘네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어. 그때 미미 시스터즈 시킨 거 사과한다.’ 늘 쾌활한 성격의 은하가 어디에 마음을 쓰고 어떤 지점에서 상처를 입었는지 알 것 같다.

음악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도남의 비트박스 실력이 드러나기 전 “쟤 빼고 해”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이나, 설찬과 세이, 선우 세 사람 때문에 어색해진 공기를 그날 빠진 나나 탓으로 거듭 돌리는 등 무의식중에 필요없는 사람을 골라내는 은하의 대사들도 그만큼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 민감함을 가리킨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자기 의미를 찾아가는 것. <몬스타> 속 은하의 드라마다.

나 윤설찬이야!

아이돌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팬은 스타의 위상을 증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몬스타>에서 보여주는 팬의 모습은 이보다 훨씬 영역이 넓다. 기획사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는가 하면, 윤설찬의 열성 팬인 은하마저도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을 그의 매력이자 약점으로 지목한다. 극중 설찬의 재능 역시 작곡이나 편곡, 믹싱을 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설득하고 증명하는 방식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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