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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CHOICE] <떠돌이 개> Stray Dogs

차이밍량 | 대만, 프랑스 | 2013년 | 138분 | 아시아영화의 창 OCT07 하늘연 16:00 OCT10 하늘연 14:00 OCT11 M해운대1 16:00 OCT11 M해운대2 16:00

“말할 만한 이야기란 게 없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감독의 말’에서 <떠돌이 개>에 관하여 차이밍량은 그렇게 첫 마디를 적어 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 몇 가지만 나열하였다. 한편, 동시대의 빠른 속도감은 자신의 방향감각을 상실시킬 뿐이라며 “내게 느림은 그 혼란들에서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자 도구”라고 다른 자리에서 말했다. <떠돌이 개>는 실제로 이야기라고 불러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고 무한정 느려서 어떤 장면은 이것이 정지화면이 아닌가 여겨질 정도다. 예컨대 영화의 첫 장면, 잠든 두아이들 옆에서 한 여인이 긴 머리를 빗고 있는 섬뜩하면서도 기괴한 그 장면이 그렇다. 차라리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이라고 불러야 옳을 정도로 강조된 조형적 공간성도 이 영화의 기이한 분위기에 큰 몫을 한다. 그리고 차이밍량의 페르소나로 유명한 리캉생,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화면 한가득 잡힐 때 전해지는 감각적 충격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차이밍량이 미학적으로 집중해왔던 것들이 <떠돌이 개>에서 만개하고 있다. 차이밍량의 또 한 편의 걸작으로 꼽힐 만하다.

반면에 오랫동안 차이밍량의 세계를 대변해온 특징들도 여전하다. 먼저 어슬렁거리는 혹은 떠도는 인물들이 있다. 남자(리캉생)는 고급 저택을 홍보하는 피켓 홍보맨이다. 그가 도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남매로 보이는 어린 아이 두 명은 마켓에서 시식 음식을 주워 먹고 여기저기 그냥 다니며 시간을 때운다. 차이밍량의 영화에서 늘 그러하듯이 그들이 부모 자식 관계라는 건 몇 개의 장면이 지난 다음에야 밝혀진다. 하지만 영화에는 끝내 확연히 정리되지 않는 관계도 남게 된다.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고 각자 세 명의 여배우가 그들을 연기하는데, 그들은 각자 별개인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하나의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각적으로 더 강성해지고 담대해진 차이밍량의 ‘표류 세계’. 2013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다.

TIP 세 명의 여배우라면 누구일까. 차이밍량의 여배우들. 양귀매, 천샹치, 류이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