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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시간의 연속성을 깨다
사진 이용준김소희(영화평론가) 2013-10-11

<생선과 고양이> 감독 샤흐람 모크리

이란 출신 샤흐람 모크리 감독이 2009년 첫 장편 <아쉬칸, 반지에 얽힌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장편 <생선과 고양이>로 또 다시 부산을 찾았다.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나의 어머니이고, 내가 자식인 것 같다”며 웃어 보인다. 이번 영화는 원 테이크만으로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탱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그가 원 테이크를 고수한 건 처음이 아니다. “4편의 단편 중 3편을 원 테이크로 찍었다. 나중에 장편을 만들게 되면 똑같은 방식으로 찍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내가 원 테이크로 찍는 이유는 모든 과정을 자르지 않은 채로 시간의 연속성을 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자신의 아이패드를 꺼내어 에셔의 판화그림을 보여준다. “하나의 그림 안에 여러 가지 관점이 혼재되어있다. 분명히 계단을 따라 올라갔는데, 따라 가보면 결국에는 제자리에 오게 되어있다. 이것이 여러 인물을 거치면서 순환하는 구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원 테이크 방식은 연극을 닮았다. 모크리의 이번 작업도 연극처럼 사전작업에 품이 많이 들었다. “배우 리허설을 하는 데 한 달, 실제 장소 리허설 한 달, 그렇게 연습하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렸다. 그 후 실제 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첫 날은 70번의 NG 끝에 촬영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날 단숨에 찍어 완성했다.” 촬영장비는 오직 스테디캠이었다. 촬영감독이 중요했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촬영 전에는 서로 상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나는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를 제2의 감독처럼 믿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노력과 우연이 빚어낸 ‘순간의 미학’을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