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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애니 유토피아로 오라

제15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11월7일부터 11일까지

<피부색 꿀>

15회차를 맞는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애니 유토피아’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PISAF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생경쟁작 65편을 포함하여 30여개국에서 온 180여편의 장/단편 애니메이션들이 선보인다. PISAF는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여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애니메이션영화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수상작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지금 가장 핫한 애니메이션을 원한다면 안시국제애니메이션 베스트 컬렉션을 추천한다. 마스터클래스, 전시회, 애니페어 및 체험 이벤트들도 야무지게 마련되었다. 가족과 함께라면 동유럽의 팀 버튼이라 불리는 체코의 거장 감독 이지 바르타의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나 809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술공주 밍키>가 어떨까. 라바, 바비, 타요 등 어린이들을 즐겁게 할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국제학생 경쟁작을 제외한 PISAF의 가장 핫한 작품들을 미리 만나본다.

<피부색 꿀> 융 헤넨, 로랑 보왈로 / 벨기에, 프랑스, 한국, 스위스 / 2013년 / 75분 아시아인도 아니고 유럽인도 아닌, 백인도 흑인도 아닌, <피부색 꿀>은 그 어딘가에서 경계인으로 살아온 한 만화가의 성장담이다. 1960년대 태어나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벨기에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융(Jung은 한국 이름 중식 Jung-Sik의 첫 글자에서 유래된 것이다)은 44살에 모국을 처음 찾아 자신의 유년시절을 돌아본다. 이 작품은 공동감독 융 헤넨의 자전적 스토리이기도 하다. 신파조에 빠지지 않고 덤덤하게 때론 냉소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응시하나 관객의 이해를 강요하진 않는다. 작품의 인상적인 제목은 입양서류에 기재된 표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실사영상, 뉴스릴, 홈비디오 등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전쟁 이후 한국 사회와 유년의 기억을 짚어내는 한편, 아름답고 서늘한 터치의 작화는 주관적 체험과 정서의 깊이를 그윽하게 채워나간다. 단호하고 서글프다.

<요푸공의 아야> 마르크리트 아부에, 클레망 우브르리 / 코트디부아르, 프랑스 / 2013년 / 82분 코트디부아르의 작은 마을 요푸공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마을이다. 열심히 집안일을 도우며 의사가 되려는 꿈을 품은 19살 소녀 아야와 달리 두 친구 아주아와 빈투는 패션, 헤어스타일, 그리고 부자 남자 꼬이기에 여념이 없다. 아프리카 변두리가 배경이지만 구질구질한 눈물이나 가슴 찡한 연민은 없다. 아야와 그녀의 가족, 친구들은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현실의 난관을 낙관적으로 돌파해낸다. 삶의 지속과 생산성에 대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푸공의 아야>에서 아프리카 그리고 요푸공은 빈곤도, 내전도, 문화적 차이도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보편적 삶의 한복판이다. 이 흥겨운 마을에는 권태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까마귀의 날>

<까마귀의 날> 장 크리스토프 드상 / 벨기에, 프랑스, 캐나다 / 2012년 / 96분 벨기에의 국민동화로 사랑받아온 <까마귀의 날>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호랑이, 개구리, 사슴의 정령들이 보살펴주는 필은 늑대소년처럼 숲에서 자라난다. 폭군같이 험악하여 바깥 세계를 증오하던 아버지가 폭풍에 상처를 입자 그를 치료하기 위해 필은 난생처음 숲 밖으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정령들이 머무는 공간인 숲, 전쟁과 문명의 공간인 마을을 대조시키는 방식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연상시키는데, 발상뿐 아니라 작화나 음향 스타일까지 그러하다. 국제적 협업을 통해 낯선 유럽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인터내셔널하게 통용 가능하고 친숙한 주제와 비주얼을 선보인다.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 야마가 히로유키 / 일본 / 1987년 / 118분 가이낙스의 창립 작품이다. 일본 개봉 당시 각 분야의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로 만난 야마가 히로유키와 안노 히데아키는 가이낙스라는 회사를 직접 차린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창립 작품으로 <왕립우주군>을 제작했고, 이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을 통해 오늘날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가이며 영화음악가로도 유명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기도 했다. <왕립우주군>은 20대의 야마가 히로유키가 감독을, 안도 히데아키가 메커닉을 설계했던 궁극의 작품으로, 가상의 왕국인 오네아미스의 폭력의 문명사를 성찰하는 우주물이다. 전쟁과 살육으로 점철된 인간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보다는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는 주제를 선보이며 이후 전개될 철학적 우주 SF애니의 근간을 이루었다. 작품 상영과 함께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건버스터> 등 가이낙스 애니메이션의 원화, 동화, 피겨 전시도 이어진다.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홍련편>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홍련편> 이마이시 히로유키 / 일본 / 2008년 / 113분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나암편> 이마이시 히로유키 / 일본 / 2009년 / 126분 이번 영화제에는 가이낙스의 새로운 총아인 이마이시 히로유키가 만든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극장판 두 편도 소개된다.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홍련편>(2008), <극장판 천원돌파 그렌라간: 나암편>(2009)은 20세기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인공인 내성적 소년 신지의 폐쇄적 세계관을 패기 있게 지양한 열혈 소년 액션물이다. 소년은 성장하고, 묵시록은 끝나며, 세계는 역동적으로 변모한다. 20세기 세카이계 애니가 성장하지 않는 소년이 빠진 인류 몰락의 비관에 함몰되었다면, 21세기 열혈 애니는 소년을 성장시키고 세계를 다이내믹하게 재건한다. 감독 이마이시 히로유키는 천원돌파 그렌라간 제작진의 상당수와 함께 현재 <킬라킬>(2013)을 제작 중인데, 군복에서 유래된 교복을 통해 군국주의를 도발하는, 꽤나 불경한 소녀 열혈 액션물이다.

2013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수상작

<트레스패스>

<트레스패스> 파울 베닝거 / 오스트리아 / 11분 하나의 숏으로 경이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 화면에는 고정적인 피사체가 되는남자가 등장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과 기이한 리듬의 시간을 관통한다. 신체를 지닌 인간 주체가 경험하는 언캐니한 경험은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기묘한 응시로 이어진다. 이 작품에 대해서 “경험하라!”라는 격언 외에 이해의 담론은 불가능하다.

<삼각관계>

<삼각관계> 안드레스 테누사 / 에스토니아 / 10분 밤하늘 성좌와 같던 별빛들은 삼각형이 되어 움직이고 화면은 차차 도시 빌딩의 차가운 형광등 불빛으로 내려온다. 느린 트래킹, 애크러배틱한 움직임, 대칭과 비대칭, 팬터마임적이고도 초현실적인 비주얼들. 기계적 노동, 곡예적 운동은 점차 불길하고 음험하며 잔인한 예감으로 이어진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삼각관계>는 세련되고 모던한 도시 오컬트다.

<글로리아 빅토리아> 테오도어 유셰프 / 캐나다 / 7분 뉴미디어 아트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불가리아 출신의 캐나다 애니메이터 테오도르 유셰프의 이름을 기억하자. 쇼스타코비치 7번 교향곡 1악장에 맞춰 전개되는 <글로리아 빅토리아>는 사회주의적 유토피아와 그 파국을 추상화했다. 러시아 구성주의와 아방가르드 예술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 몽타주와 분출하는 이미지들이 유례없이 강렬한 날인을 새긴다. <드럭스 플럭스> (2008)에서 발전된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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