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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표준근로 계약의 정착을 위한 기본 전제

스탭 처우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스탭 스스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전국영화산업노조(이하 노조)는 2년마다 단체협약을, 매년 임금협약을 체결한다. 2012년 체결된 협약에 따르면, 막내 스탭의 최저임금은 시급 5300원으로 월 110만원 수준이며, 1일 1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나 휴일근무를 할 경우에는 시급의 50%가 가산된다. 또 4대 보험 가입과 양자가 합의한 표준근로 계약서의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 정도면 스탭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거의 모든 조건들이 망라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협약이 이행된 경우는 많지 않다. 국내 2700개가 넘는 제작사 중 제협에 가입된 제작사는 고작 60여개, 그리고 그중에서도 36개 제작사만이 제협에 단체 협약의 권한을 위임하여, 이 협약의 이행의무를 가진다. 스탭의 경우에도 전체 스탭이 아니라 노조에 가입된 일부 스탭만이 대상이다. 또 그 일부에조차 단체협약을 강제하거나 유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표준계약서든 임단협이든 영화계에 정착되기란 매우 난망한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두 단체의 대표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제작사 입장에서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단체협약의 의무가 부담스럽기만 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스탭은 노조에 가입하면, 임단협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생기고, 이를 받지 못할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스탭 중에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노조에 가입해봐야 별 혜택도 없고 다달이 1만원씩 조합비는 내야 하고, 일자리 구하는 데 오히려 찍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스탭 처우 개선을 위한 제1과제는 제작사의 전향적인 태도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아니다. 스탭 스스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 첫 번째다. 스탭들에 대해 노조가 가입을 유도하고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단추는 스탭 개개인이 먼저 풀어야 한다. 실무적으로 봐도 국내에 5천∼6천명으로 추산되는 스탭 중 50%인 3천명이 월 1만원씩의 조합비를 모을 수 있는 구조가 생기면,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적인 사업이 가능해진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단체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