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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오늘은 뭘 먹으면 좋을까요?

<오무라이스 잼잼>의 작가 조경규

만화 <팬더 댄스> <차이니즈 봉봉 클럽>으로 유명한 조경규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주력해온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재하고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이다. 2010년에 시작하여 벌써 시즌5에 돌입했고 얼마 전에는 4번째 단행본이 또 나왔다. 자신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려내는 생활 속 식도락 만화다. 과연 “1일 5식, 1식 5찬”을 주장하는 그답게, 등 뒤의 칠판에 배경 그림 하나 그려 달라는 사진기자의 부탁에 햄버거, 연어알쌈, 닭다리 등을 그리더니 “오늘도 맛있는 거 많이 먹게 해주소서”라고 쓰고 나서는 인터뷰가 시작됐다.

-작가 소개글의 내용 일부가 압권이다. 1986년 MBC 어린이큰잔치 한강백일장 입선, 1987년 서울특별시교육회 바른 어린이상 수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거 정체가 뭔가. =마땅한 수상 경력이 없다. 아무도 상을 안 줬으니까. 그런데 수상 경력 적는 칸은 있더라. 그래서 비워두기도 그렇고 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적어냈는데 이래저래 지금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는 “인기 작가 조경규”라고 소개할 때도 있지 않나. =정말 엄청난 인기 작가였으면 그런 말 못했겠지. 나라는 사람을 부담감 없이 느껴주었으면 해서 쓰는 표현이다.

-<오무라이스 잼잼>에는 작가 본인을 포함하여 아내와 어린 딸과 아들이 전부 실명으로 등장하여 매회 이야기를 전개한다. =처음에는 백과사전식 만화를 만들어보자는 말들이 있었다. 먹는 거라면 해볼 만할 것 같았다. 과자, 음료수, 요리, 일상식까지 두루두루 먹거리를 다루는 만화를 생각했다. 기본적으로는 개그 만화지만 정보도 좀 주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제품들 실명을 그대로 쓰려다 보니 아무래도 적절한 화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맞겠다 싶었고 내가 나오니 가족들도 나오게 된 거다. 우리 가족의 일상을 보는 재미도 있겠구나 싶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내는 좋아한다. 가장 먼저 보는 독자니까. 맞춤법도 검사해주고 좋은 의견도 준다. 큰아이인 딸은 만화 속에서 자기 옷을 어떻게 해달라는 등 요구도 한다.

-뭐 이런 거까지 밝혔어, 라고 아내에게 핀잔 들은 적은 없나. =기본적으로 선을 지키고 또 치부나 약점을 드러내지는 않으니까 그럴 일은 없다. 애들이라 얼마나 지저분한 것이 많겠나. 하지만 그거 전부 제외하고 깨끗하고 맑게 정화된 얼굴로만 그리고 있지 않나. 아, 한번 있다. 내가 방위 출신이다, 밝혔을 때 집사람이 좀 말리긴 했다.

-소재는 어떤 식으로 정하나. 뭐랄까 특별한 음식들이라기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 위주이고 그 음식들에 얽힌 회고나 일상생활에 관한 이야기다. =여러 가지 방향이 있지만 크게 한 시즌을 보면 어떤 높낮이를 고려한다. 마치 에피타이저로 시작해서 메인이 나오고 후식이 나오는 식이다. 처음부터 고기가 나오면 부담스러우니까. 강약 조절을 하는 거다. 과자나 과일 같은 것은 한 시즌에 하나씩은 넣으려고 하고, 특수한 식량, 가령 군대식이나 기내식이나 산모식 같은 것도 하나씩 넣으려 하고 있다. 음식 선정이야 기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고 계절을 고려하기도 한다. 스토리가 먼저 나오고 음식을 찾는 경우도 있고 음식이 결정되면 거기에 맞는 스토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제목이 ‘돈까스 잼잼’이나 ‘라멘 잼잼’이 아니라 ‘오무라이스 잼잼’인데, 이유가 뭔가. =어렸을 때 들었던 구전동요 같은 데서 가져온 제목이다. 그런 거 있지 않았나. 잼 먹고~ 잼 먹고~ 잼잼 먹고 먹고~~ 뭐 이런 노래. 그 노래 끝에 오무라이스 잼잼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리고 원체 오무라이스를 좋아하기도 한다. 의미를 좀더 두자면, 볶음밥을 계란이 싸악 둘러싸고 있는 그 얇은 막이 뭐랄까, 가정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아빠 역할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오무라이스를 소재로 한 건 아직 없다. =맞다. 일부러 아직 안 그렸다. 맨 마지막에 그릴까 고민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 조만간 나올 것도 같고.

-음식에 얽힌 사연이나 역사적 일화도 풍부하게 나온다. =그 자료들을 찾을 때 나도 되게 재미있다. 흔히 보던 게 달라 보이니까. 그런데 그거 아나. 인스턴트 음식 개발해낸 사람들이 의외로 무지하게 오래 살았다. 그러니까 수명과 음식은 꼭 관계가 없는지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뭘 먹든지 오래 살지 않을까?

-종종 보면 생식이나 소식은 내 관심사가 아니라는 식이다. =라면처럼 어쩔 수 없이 먹기는 해도, 우리 생활에 이미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들이 있다. 뭐 자랑삼아 얘기하지는 못해도 누구나 먹는 그런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해보고 싶었다. 나와 독자, 일대일의 특수한 관계를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눠 먹더라도 하루에 세번은 먹어야지 요즘 유행하는 1일 1식처럼 사람들이 와아악 하고 내놓는 그런 삶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뭐랄까, 실상 식비보다 취재비가 더 들어가는 경우는 없나. =따지자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연재비는 거의 취재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한번은 붕어빵 때문에 도쿄에 갔는데, 한개에 1500원짜리 붕어빵 먹자고 가족 네명이 가고 보니 항공료에 체재비에….

-“대하장편 초하드 고어 좀비액션만화”라고 자칭한 <불타는 감자>를 연재하려다 표현 수위를 고려한 나머지 연재를 못했다고 알고 있다. 이건 어떻게 되어가나.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거라 시작을 좀 제대로 하고 싶다. 터지고 찢어지고 하는 것이 워낙 많다. 뭐, <오무라이스 잼잼>을 통해 자상한 아버지쪽으로 인상이 굳어가는 것이 좀 불안하기도 하다. (웃음)

-다른 계획은. =1년에 한 시즌씩 <오무라이스 잼잼>을 하다 보니 중간에 다른 거 하나씩은 더 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팬더 댄스>를 이번에 다시 한번 해볼까 싶다. (맛난 중국 음식과 중국집을 소개하는 식도락 만화) <차이니즈 봉봉 클럽>도 대만 편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 디자인일이야 생업이니 늘 있는 거고.

-마지막 질문이다. 오늘처럼 조금 춥고 눈은 좀 많이 오고 하는 날에는 뭐 먹으면 좋을까. =음… 짬뽕밥이 가장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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