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씨네스코프
[씨네스코프] 이렇게 디테일한 꿈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촬영현장

공원에 놀러나온 연인 같지만 사실 두 사람은 공연장에서 뛰쳐나온 여배우(신동미)와 꿈 해몽에 능통한 형사(유준상). 카메라가 트랙을 따라 움직이며 그들을 잡는다.

<꿈보다 해몽>은 대사가 많은 영화다. 그러니까 두 배우가 연신 중얼중얼하는 건 이 현장에서는 예사로운 일이다. “이게 또 현장에서 바로 외워야지 안 그럼 외워지지가 않아요.” 유준상의 말이다.

유준상, 이광국(오른쪽)은 홍상수 감독의 배우와 조감독으로 만나서 형, 동생하는 친한 사이가 됐다. 그 인연이 재능기부 방식의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신동미는 <로맨스 조>에 이어 이광국 감독과 다시 한번 작업하게 됐다. “13회차 중 거의 10회 가까이 나온다. <로맨스 조> 연기와 차이 없어 보일까봐 처음엔 걱정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마음을 다 비웠다”고.

대학로 낙산공원 꼭대기 제2전망대 벤치에 앉은 남녀의 대화가 가관이다. 여자가 대화 도중 불쑥욕 한마디를 하면 남자가 예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진심을 다해 말한다. “욕을 참 잘하시네요.” 그러면 예상외로 여자의 정갈하고도 공손한 화답. “감사합니다.”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의 촬영현장이다. 사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욕이 아니라 꿈이다. 남자(유준상)의 직업은 형사인데 범인 잡는 것보다 남의 꿈 풀이에 더 능하고 여자(신동미)는 연극배우인데 공연 당일 객석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화가 나서 여기에 올라 낮술을 마시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나 서로의 꿈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기이한 꿈의 세계를 낳을 예정이다.

“누구(홍상수) 조감독 출신 아니랄까봐 테이크 진짜 많이 간다. 오전에도 꽤 많은 테이크를 갔다.좀전에도 16번이나 갔다”고 말하며 유준상이 껄껄껄 웃는다. 누구 조감독 출신 아니랄까봐 현장에서 디테일을 체크하는 과정이 꼼꼼해서일 것이다. “배우들 동선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하더니 감독은 이내 배우들과 머리를 맞대고 동선을 짜낸다. 여자는 자전거를 타고 남자는 매달리기를 하면서 시작된 대화는 두 사람이 잠시 걷고 난 다음 나란히 앉아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된다. 그사이에 감독은 “여기서 이렇게 두분이 교차하면 어떨까요?”라거나 “준상이 형, 운동기구에 매달려 있는 동안 다리가 축 처진 것처럼 보였으면 해요” 하는 식으로 하나씩 세부들을 보충해나간다.

“도와주는 거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진짜 재미있었다. 그리고나도 꿈에 대한 이런 생각 진짜 많이 해봤다.”(유준상) “나를 생각하며 여배우 캐릭터를 썼다고 하더라. 욕이나 하고, 도대체 나하고 뭐가 닮았다는 건가 했는데 시나리오 읽은 사람들이 다들 그런다. 딱 신동미라고.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신동미) 이렇게 말하는 배우들에게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다들 자기와 맞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애정이 아닐는지. 그들이 재능기부 방식으로 출연을 결정한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꿈보다 해몽>은 이광국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그의 데뷔작 <로맨스 조>는 국내외에서 전부 호평을 받았으니 이 작품 역시 기대작이다. <로맨스 조>의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넘나드는 이야기 실력은 꿈의 세계를 어떻게 펼쳐놓을까. 이 꿈의 파노라마는 3월 안에 촬영을 마치고 오는 하반기 개봉예정이다.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