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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 이상한 본능의 앨리스
김성훈 2014-03-17

김고은

화장실에 갔던 김고은이 씩씩거리며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아니, 문을 잠그는 게 어딨는지 몰라 안 잠갔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들어오는 거예요. 놀라서 꺅 하고 소리를 질렀지 뭐예요.”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 손짓, 발짓 모두 동원해 설명하는 김고은은 여배우라기보다 동네마다 한명씩 있는, 유별난 여동생에 가까워 보였다. <몬스터>에서 그가 연기한 복순처럼 말이다. “제 몸짓이 복순이 닮았다고요? 이게 다 복순이 때문인가봐요. 흐흐. 그러잖아도 복순이를 연기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줄 놓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이상한 춤을 추니까 스탭 언니들이 여배우가 그러면 안 된다고 그러고. 현장에서는 제가 아니었거든요.”

그가 한동안 몰입해 있었던 복순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잠을 자야 하는,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다(동생의 복수를 하러 가다가도 배고프다고 칭얼댄다). 시장에서 장사하지 말라고 무력을 행사하는 용역 업체 직원을 상대로 “아저씨, 개새끼예요. 그 자리, 내 자리 맞거든. 할머니가 내 자리라고 했거든”이라고 박박 우기는 것도 필사적인 본능의 발로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삶의 전부인 여동생이 살인마 태수(이민기)에게 죽임을 당하자 복순은 주저하지 않고 식칼을 허리춤에 차고 복수하러 떠난다.

“정상과 비정상, 호감과 비호감의 중간이랄까” 황인호 감독의 말처럼, 복순은 딱 잘라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다. 감독은 처음에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로 설정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김고은은 “연기가 한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기존의 비슷한 캐릭터를 모방할 위험도 많아 장애라는 설정을 하지 않는 편이 맞다”고 감독에게 역제안했다.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면모가 있잖아요. 복순도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에서 평생을 살았고, 부모가 없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장에 나가 야채를 팔았고, 그런 환경들이 종합적으로 복순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판단을 세우고 나선 줄곧 복순이 되는 길뿐이었다. 황인호 감독은 “촬영 전에 이미 복순이가 됐을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났다”고 회상할 정도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연기를 한다는 걸 의식하지 않는 거예요. 연기하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자의식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몸의 움직임도 제약을 받게 돼요. 그래서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끊임없이 대본 리딩을 하고 분석을 하면서 언제 촬영에 들어가도 문제없을 정도의 상태를 만들어가는 거죠.” 캐릭터가 되는 것과 함께 따로 익힌 건 생활밀착형 액션. 태수에게 맞는 장면이 많아 촬영 전부터 액션스쿨에 들어가 오세형 무술감독으로부터 ‘맞는 기술’을 배웠다. “실제로 맞지 않는 이상 맞는 것도 힘들어요. (시연해 보이며) 뺨을 맞을 때도 고개가 그냥 돌아가는 게 아니라 팔이 이렇게 들썩거리게 돼요. 이해가 되세요? 때리는 사람이 아무리 실감나게 때려도 제가 실감나게 안 맞으면 장면이 제대로 살지 못해요. 잘 맞았냐고요? 실감나게 맞는다고 칭찬받았어요. 다음에 또 맞는 역할을 맡게 되면 더 잘 맞을 수 있어요.”

데뷔작이었던 <은교>(2012)의 은교가 “일상의 연기가 중요했던 작품”이었다면 <몬스터>는 “상황에 맞는 본능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소포모어 징크스? <몬스터>를 선택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고를지 걱정해주셨는데 솔직히 큰 고민이나 걱정을 하진 않았어요.” 은교에서 복순이로 훌쩍 뛰어넘은 것처럼 김고은은 자신의 세 번째 작품을 이미 다 찍었다. 고려 말을 배경으로 한 무협영화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출연 이병헌, 전도연 등)이다.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당대 최고의 여검객 설랑(전도연)의 딸인 비밀병기 설희다. “복순과 완전히 달라요. 설희라는 캐릭터만 보면 <협녀: 칼의 기억>은 그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외의 이야기는…. <몬스터> 하기 전에도 조심스러웠잖아요. 그래서 더이상 얘기를 못하겠어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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