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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정성을 드립니다
윤혜지 사진 최성열 2014-03-21

서울극장 이광희 기획실장

36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극장의 분위기는 다른 극장들과 사뭇 다르다. 근사한 중절모를 쓴 장년층 관객과 스마트폰으로 극장 곳곳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기 바쁜 젊은 관객이 같은 풍경에 담긴다. 과거와 현재의 중간쯤에 위치한 것 같은 서울극장에 최근 새로운 지킴이가 들어왔다. 이광희 기획실장이다. 수입/배급사 프리비젼에서 일하다 이제 막 서울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엔 ‘이 영화 틀림없이 잘될 거니까 일단 믿어달라’고 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영화를 선별해야 관객이 만족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멀티플렉스 홍수 시대에 개인 극장이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한 결과 이광희 실장이 내린 답은 “정성”이다. “대형 영화관에서는 거대 자본을 동원해 편리하게 관객과 접점을 만든다면 우리는 한명의 관객이라도 좀더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정성’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 극장의 이점은 기민한 대처와 민첩한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극장의 얼굴도 날이 갈수록 어려지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부쩍 바빠진 서울극장의 SNS를 보자. 관객이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또는 관객의 예매를 독려하기 위해 SNS 로 종영 예정작을 알려준다. 할인혜택을 주는 이벤트 소식도 넘친다. 관람요금을 낮춘 것도 “관객이 가벼운 마음으로 종로 거리를 찾아주길 바라서”다. 3월1일부터 서울극장은 2회차 상영영화에 준조조 요금(7천원)을, 일요일 오후 8시 이후 상영영화엔 해피타임 요금(8천원)을 적용했다.

서울극장보다 더 오래된 합동영화사의 역사도 이광희 실장의 마케팅 아이디어 꾸러미다. “올해로 합동영화사가 50주년을 맞았다. 풍부한 합동영화사의 라인업을 활용할 만한 이벤트를 고민 중이다. 필름영사기가 있으니 특별한 상영회를 꾸려봐도 좋을 것 같다. 젊은 관객과 어르신 관객이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어떨까. 당시 유행한 사운드트랙으로 공연을 마련해볼 수도 있겠다.”

남들보다 늦은 서른넷에 일을 시작해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30대가 되어서야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영화를 볼때가 가장 행복했던 그는 한겨레문화센터나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쫓아다니며 영화를 배웠다. “나이가 있으니 현장 스탭으로 일하긴 어려웠다. 기회만 닿으면 어디서든 영화 일을 하고 싶었다.” 3년쯤 영화를 “독학”한 뒤 만난 곳이 프리비젼이었다. 프리비젼에서 그는 ‘제너럴 매니저’라는 독특한 직함을 달고 일했다. 본래의 업무는 마케팅과 배급 진행 관리였지만 직원이 여섯명밖에 되지 않을 때라 “일당백의 마인드”가 저절로 생겨났다.

새로운 일에 뛰어든 지 석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라지만, 지휘와 관리에 이광희 실장만 한 베테랑도 없다. 서울극장으로 그를 떠나보내며 프리비젼의 황인옥 대표는 “성격이 올곧고 스탠더드해 무슨 일이든 믿고 맡겼던 직원이었다”며 응원의 마음을 담아 “모범생”의 건투를 빌어줬다. 멀티플렉스의 진격에 밀리지 않고 묵묵히 제 길을 가기 위해 서울극장은 “추억과 편리성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지만, 앞으로 이광희 실장이 꾸며갈 서울극장의 얼굴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MindGenius’ 어플

“좋아하는 콘텐츠를 정리하면서 내 성향을 알아간다.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때 특히 유용하다. 생각의 조각들을 가지치기하다보면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명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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