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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한국은 싱가포르와 참 닮았다
사진 백종헌김소희(영화평론가) 2014-03-27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 탄 핀핀 감독

싱가포르의 탄 핀핀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녀의 카메라에는 역사가 외면해온 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담기며, 인터뷰는 그녀가 선택한 최선의 방식이다. 탄 핀핀은 <상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에서 싱가포르에서 추방된 뒤 수십년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채 영국, 말레이시아, 타이 등지에서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 편지를 연상시키는 제목은 결코 닿을 수 없는 망명자들과 모국의 거리감을 상기시킨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다큐멘터리 제작펀드 지원작으로 2013년 부산에서 처음 공개된 뒤, 지난 3월13일부터 열린 AFC 쇼케이스영화제를 통해 두 번째로 한국에서 상영됐다. 검열의 압박이 센 싱가포르 개봉 준비를 앞두고, 영화제를 돌며 숨을 고르고 있다는 탄 핀핀 감독을 만났다.

-추방된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보이지 않는 도시>를 찍으면서 발굴된 문서나 예술품에 관한 이야기는 그 당시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쉽게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던 물건, 사진 그리고 역사들이 되찾아지는 경험을 하면서 실패한 혁명가들, 추방된 사람들의 부재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토대가 되었음을 돌아보게 됐다.

-망명자인 앙 스위 차이의 “우리는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때 그녀는 마치 내게 사과하듯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다. 그들은 억압된 것에 대항해 싸웠고, 서로 다른 저항의 방식을 갖고 있다. 이를 기록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은 실패했지만 그들이 꾸준히 해왔던 것을 인정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은 그야말로 중요한 작업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억압에 맞서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한편의 로드무비로도 보인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조국을 탐험하는 구실이다. 나는 카메라 한대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인터뷰하다가 여정이 끝난 뒤에야 영화로 만들지 여부를 결정한다. 인터뷰라는 방식은 정치적인 관심이 없는 이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하나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집이나 가정이라는 개념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 않나. 물론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방식이기도 하고. (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어디에서 처음으로 선보일까 생각했을 때, 한국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빠르고 고통스런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이기에 한국 관객이야말로 이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인터뷰하러 오기 전에 한국사 박물관에 다녀왔는데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가’를 강조하는 수사법이 싱가포르와 거의 같더라. <논픽션 다이어리>나 <용산> 등 한국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그들의 작업이 내 작업과 유사하다는 것을 늘 느껴왔다. 경제성장을 위해 정치적인 것을 희생시켰다는 유사점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영화제를 통해 접한 자국민의 반응은. =두바이에서 만난 한 어린 관객이 자신의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는데 그는 “네가 저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라는 어머니의 질문에 “엄마와 헤어지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 싱가포르에 돌아가서 군대도 가고 싶다”라고 답하는 것을 듣고 감동받았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기 싫어 타국으로 이주한 내 친구는 영화를 본 뒤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 영화가 최소한 조국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줄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개봉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50 대 50인 것 같다. 아직 검열 당국에 넘기지는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다. 제목에서도 드러났다시피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이 통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준비 중인 작품은. =<힌터랜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다. 힌터랜드는 시골 변두리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나라 전체가 도시인 싱가포르에서는 일종의 상상의 공간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원래 하려던 구상에 가까운 작품으로, 지금 현재의 싱가포르의 이미지를 60년 뒤에 본다면 어떨까 하는 가정하에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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