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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끝’없이 달린다
주성철 사진 최성열 2014-03-31

<개그콘서트> ‘깐죽거리 잔혹사’의 개그맨 조윤호

“끝….” 요즘 이 한마디로 웃기는 남자가 있다. 바로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허세 가득한 조폭으로 등장하는 조윤호다. KBS 공채 22기 개그맨인 조윤호는 이제야 비로소 ‘포텐’을 터트리고 있다. 과거 <폭소클럽> <개그사냥> 등 산전수전 겪으며 달려온 노력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그렇게 모처럼 찾아온 인기에 ‘당황하지 않고’ 결정타를 날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깐죽거리 잔혹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코너인가. =<개그콘서트>는 매주 피땀 흘려 준비해온 아이템을 검사받는 날이 있는데 맨 처음에 후배들인 류정남, 이성동과 함께 도장 가서 깐죽대다가 혼쭐나고 돌아서는 코너를 준비했었다. 바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김상미 PD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지 ‘다음에 해보자’고 했다. 그러다 과거 <웃음충전소>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혼자 ‘도장 깨기’ 컨셉으로 코너를 진행했던 안일권이 투입되고 김재욱, 허민도 들어와서 모녀가 신장개업한 식당에 건달 3명이 들이닥치는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막판에 사정상 김재욱이 이동윤으로 바뀌었다. 수요일 녹화인데 화요일에 바뀐 거다. 그래도 역시 선배는 선배인 것이, 늘 연습해오던 사람들 틈에 갑자기 들어왔는데도 정말 차지게 잘 때리더라. (웃음)

-‘깐죽거리 잔혹사’는 무협지 스타일의 허세가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맞다. 최대한 멋지게 보이도록 하는 게 컨셉이었다. 그래야 나중에 지고 돌아설 때 웃기니까.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가 그냥 목소리를 깔고 “유단잔가?” 했더니 다들 웃는 거다. (웃음) 무협지라면, 만화책 <열혈강호>를 워낙 좋아해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2년 전 했던 ‘꺾기도’ 코너도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또 그때 “잘 지내시죠.… 윤호~ 조윤호~”라며 꽤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때 김준호 선배가 큰 도움을 줬고, 현재 소속사인 코코엔터테인먼트로도 연결이 됐다. 그런데 나름 첫 번째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꺾기도’가 끝나면서 시련이 찾아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직장 잃은 아버지가 집에다 얘기하지 못하고 가짜로 출근해서는 하루 종일 공원이나 PC방에서 시간 보내는 장면 있지 않나. 내가 딱 그랬다. 중요한 회의나 일이 있는 것처럼 나가서는, 하루 종일 희극인실에 앉아 있거나 진짜 PC방 같은 데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입이 너무 없어 적금도 깨야 하는 상황까지 갔다.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아들이 “아빠~” 하고 달려와 내 다리를 꼭 껴안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잠시나마 다른 일을 구해야 하는 건가,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러다가 정남이가 다른 후배들과 함께 준비하던 코너에 ‘내가 이 부분에 들어가면 되겠다’며 내 캐릭터를 만들어 비집고 들어가게 된 거다.

-역시 개그맨들의 힘든 시절 얘기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가장 절친한 개그맨 권재관과는 과거 <폭소클럽> <개그사냥> 때부터 함께해왔다. =권재관은 중부대 연극영화과의 한 학년 선배다. 의리의 사나이다. 한번은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했을 때, 학교에서 가까운 그의 집에서 한달 동안 지냈는데 늘 나를 업고 등교했다. 다들 너무 돈이 없을 때였는데, 하필 그 집이 공과금을 안내서 물이 끊긴 적도 있다. 그래서 부엌에서 비닐봉지를 깔고 변을 봤던 기억도 난다. (웃음) 그러다가 재관 형이 개그맨 시험을 보자고 나를 꼬여서 지금에 이르렀다.

-김준현, 허경환, 양상국, 박지선, 박영진, 박성광, 최효종 등 KBS 개그맨 공채 22기는 정말 화려하다. 아무래도 늦은 나이에 개그맨 합격을 한 터라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어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동기들이 잘되면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늘 기쁜 마음이었다. 하지만 돌잔치나 행사 등 모임에 가게 되면 사람들이 “준현씨랑 사진 좀 찍어줘요” 그러면서 부탁하니, 마치 매니저가 된 기분일 때 참 착잡했다. 그럴 때마다 오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한 게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게 강한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연극영화과로 진학한 건 배우로서의 꿈 때문인가. =안양예고로 진학할 때도 연기자가 꿈이었다. 그러다 대학생 때 우연히 가수로 데뷔하게 됐다. 나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렬한 팬이었고 의욕이 넘쳤다. ‘이야말로’라는 그룹이었는데 다들 H.O.T나 젝스키스 그런 이름들을 쓸 때라 한글로 해보자는 생각에 ‘즈려밟고’, ‘시나브로’ 그런 이름들을 떠올리다가 최종적으로 ‘이야말로’가 됐다. (웃음) 당시 소속사에 ‘신사동 호랭이’가 작업실 막내였고 원빈 형도 있었다. 그 인연으로 원빈 형이 축구팀에 끼어줬다. 오늘도 오후에 원빈 형이랑 공차러 간다. (웃음)

-좋아하는 배우들은. =성룡과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성룡이 영화에서 온갖 믿기 힘든 스턴트를 할 때, 마찬가지로 스탤론이 영화에서 상처 입은 살갗을 직접 꿰맸다는 얘기를 들으며 울컥했다. 뭔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같은 영화배우라는 직업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유덕화다. 당시 <속 천장지구>(1993)로 개봉했던 영화가 있는데 너무 좋아서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봤다. 오히려 그 뒤에 그 유명한 <천장지구>(1990)를 봤다. <태극기 휘날리며>(2003)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형에 대한 남다른 기억이 있어서 군대로 끌려가는 원빈을 끌어내리려고 형인 장동건이 기차로 들어가 싸우는 장면을 보면 지금도 펑펑 눈물이 난다.

-개그맨으로서의 꿈이 있다면. =단 한명의 개그맨을 꼽으라면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스를 매우 좋아한다. 시험 보러 가서 커닝하는 에피소드, 차에서 운전하며 양치질하고 워셔액으로 입을 헹구는 에피소드, 해변가에서 옆에 아저씨가 있기에 힘겹게 옷을 갈아입었더니 그 아저씨가 시각장애인이었다는 반전의 에피소드 등은 거의 수백번을 본 것 같다. 이야기가 있는 웃음,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웃음,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개그맨으로서 꿈꾸는 경지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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