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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코프] 우리는 카트가 아니에요
이화정 사진 오계옥 2014-04-04

부지영 감독의 <카트> 촬영현장

염정아는 부지런히 살다가 노동운동에 눈을 뜨는 싱글맘 선희를 연기한다. <간첩> 이후 드라마에 전념하다가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다. 강도 높은 일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장에서 분위기를 리드하는 그녀는 아들로 출연하는 그룹 엑소의 멤버이자 신인배우인 디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카트>의 후반부는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대변하는 강도 높은 장면들로 꾸려진다. 작은 힘이지만 아줌마들, 여성노동자들이 뭉쳤다. 노동자들의 살길은 연대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가슴 절절한 장면. 피켓 하나하나가 현실을 방불케 하는 <카트>의 중요 장면이다.

<카트>의 촬영은 김우형 촬영감독이 맡는다. 부지영 감독과는 실제 부부 사이. 24시간 내내 <카트>를 고민할 최적의 파트너다.

마트의 유니폼, 노동조합의 단체복으로 하나가 된 배우들. 김영애를 주축으로 문정희, 신인 천우희(왼쪽부터) 등 여배우들의 앙상블이 카트를 끌고 나가는 동력이다. 촬영 기간 동안 부쩍 친해진 덕분에 부지영 감독은 “배우들이 그동안 친해져서 촬영장이 시끄럽다”며 웃음 섞인 푸념을 할 정도. <카트>의 초반 드라마는 이 여배우들의 하모니만으로도 기대 백배다.

3월 중순 <카트>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용인의 현장을 방문했다. 뉴스에서 올 들어 가장 주말 나들이가 많다는 소식이 나올 만큼 푸근해진 바깥과 달리, 가전공장 창고를 개조해 만든 실내 대형마트는 한기가 들 정도로 추웠다. “여긴 바깥온도보다 10도는 낮은 것 같아요”라는 현장 스탭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말 그대로 ‘진짜’ 마트가 펼쳐져 있다. 700평의 매장 안에 스낵, 라면, 음료, 냉장코너, 화장품, 디지털카메라 등 온갖 제품이 줄맞춰 구획지어져 있고, 보조출연자들이 마트 고객이 되어 어지럽게 오간다. 한쪽에 줄지어선 카트를 당장이라도 끌고 들어가 쇼핑을 해도 좋을 만큼 완벽한 모양새다.

아이쇼핑의 호사도 잠시. ‘K마트’의 해고 대상자가 된 선희(염정아)가 계산대 앞에서 테스트 컷 촬영에 돌입한다. “저희가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에요. 저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거예요.” 선희의 절규에 찬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커먼 복장의 용역들이 등장해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끈다. 회사의 인원 감축 결정으로 졸지에 해고 대상자가 된 혜미(문정희), 순례 여사(김영애), 미진(천우희) 등도 선희와 함께 싸운다. 실제를 방불케 하는 상황 속, 그만큼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날선 소름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아줌마라고 말하지 마. 우린 여성노동자들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배우들이 ‘오케이’가 떨어지자 눈물을 연신 닦아낸다.

“마트가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마트의 유니폼티셔츠와 노조의 단체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정말 현실의 공간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카트>를 연출하는 부지영 감독은 지난 1월 초부터 배우들과 동화되어 <카트>의 현장지휘를 하고 있다. “어느 한 인물에 초점을 둔 게 아닌, 배우들 모두의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다. 이 앙상블을 토대로후반부 그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의 드라마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카트>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를 비롯해 여성에 초점을 둔 작업을 주로 해온 부지영 감독의 작품이자, <우리 생애 최고의순간>으로 국내 여성 핸드볼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감동적으로 그렸던 명필름의 공동작업이라는점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다. 생활에 매달리던 평범한 주부들이 낯설고 서툴지만 노동운동을통해 연대감을 형성하는 극적인 과정은 하반기에 감동의 드라마로 촘촘히 엮여 관객에게 전해질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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