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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또 다른 창조경제인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의 허상

올해 초 정부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했다. 그 일환으로 각종 문화시설에 대해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모든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재의 입장료가 무료다. 그중 상당수는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또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뮤지컬이나 연극을 반값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프로야구도 반값이다. 영화는 3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 티켓 가격이 일괄 5천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알짜배기 정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러 경로로 석달째 홍보도 하고 기사도 내보내고 했지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티켓 사이트나 각 시설들에서 이에 대한 홍보를 잘 안하다 보니 현장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늦게나마 <씨네21> 독자라도 그 혜택을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거다. 이번 달에는 기억하기도 쉽게 4월30일이니 가까운 미술관이라도 한번 가보자. 이용 가능한 문화시설은 www.culture.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런 행사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인 즐거움을 누리기를 바라면서, 몇가지 중요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일단 할인 혜택이 현실적이지 못하다. 국공립 시설을 제외하고, 민간시설의 경우는 이미 각종 신용카드나 멤버십카드를 이용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상당수다. 정부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보니, 민간에서도 생색내기로 참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정부에서는 문화 융성이라는 기치 아래 대통령까지 나서서 참여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효한 설득 논리와 유인책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기존에 수없이 지정하고 유명무실해졌던 ‘문화의 달’, ‘문화의 날’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문화가 있는 날’을 즐겨야 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날을 즐기기에는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매일 야근에 시달려 6시 퇴근은 꿈도 못 꾸는 직장인들에게, 밤낮없이 학원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바쁘기만 한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문화가 있는 날’은 365일 중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아무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야간 개장을 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직장인 부모들이 과감하게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까, 또 아이들은 방과 후에 자신 있게 학원을 결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사회적 여건에 대한 동시적인 해결 없이 할인 혜택만으로 문화가 융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화가 융성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토대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