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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의 불변의 남녀 대화법] 진입 장벽은 일단 낮추고 보라
2014-04-24

* 이 글은 아나운서 이숙영의 <몇 마디 말로 이성을 사로잡는 불변의 남녀 대화법>에서 발췌했습니다. 예담

금속은 소리로 그 재질을 알 수 있지만, 사랑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짝을 찾을 때 처음부터 너무 까다롭게 구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커트라인이 높다 보니 다리 긴(?)사람이 아니면 아예 접근조차 못 하게 된다. 애인을 만들고 싶다면 첫째, 예선 커트라인을 낮추어야한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무조건 거부만 하지 말고 우선은 ‘어장관리’ 차원에서라도 내치지 않는게 좋다. 외모나 학력, 집안 조건만 보고 별로라고 생각했다가 진짜 괜찮은 사람을 놓칠 수 있기때문이다. 대어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을 나는 주위에서 수없이 봤다.

왜 우리에겐 이성의 숨은 가치를 첫눈에 알아보는 간파력이 없는 걸까? 그건 바로 많은 사람들이 짝을 찾기 전에 높디높은 이상형부터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꿈에 그리는 이상형을 만들어놓고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는 사람은 기회의 싹부터 모조리 차단하는 셈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K는 첫째 조건이 책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말한다. 요즘같이 다양한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기는 시대에 꼭 책 읽기를 좋아해야 한다고 못을 박으니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남자 찾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니 그녀에게는 남자를 소개해주고 싶어도 맞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런가 하면 책 읽기를 아주 좋아하는 또 다른 여성 S는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남자가 자기처럼 책을 좋아해야 하나” 하고 물었더니, “제가 읽고 사니 남자는 안 읽어도 돼요. 한 가구당 한 사람만 읽어도 되죠 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자세가 이렇게 유연하다 보니 소개해줄 사람의 범위가 확 늘었다. 책을 읽는 남자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게 훨씬 유리하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기에 이성을 만나지 못하고 홀로 휴일을 보내는 숱한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가 아끼는후배 M은 자신의 이상형에 2퍼센트만 미진해도 절대 이성을 만나지 않았다.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조건이 성에 차지 않으면 남자를 안 만나더니 마흔이 지난 지금도 혼자 지낸다. ‘차라리’가 여지없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상형이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는 말은, 콩쿠르에 나갈 때 예선을 거치지 않고 결선만 치르겠다는 것과 똑같다. 이상형을 찾는 일은 결선에서 하고 우선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예선전을 치러라.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인간성 좋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사람, 게다가 알고 보니 집안까지 빵빵한 사람은 모든 여자들이 선망하는 이상형이리라. 하지만 그런 왕자님이 그렇게 흔하겠는가. 그런데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 왕자를 이상형으로 꿈꾸고, 백번 양보해도 상대가 왕자는 아닐지언정 소위 양반 계층쯤은 되길 바란다. 그러나 키와 얼굴은 보기 좋은 정도는 되고, 가족을 먹여 살릴 만한 든든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조건 좋은 남자는 누군가 이미 낚아채 가버렸다.

아주 잘난 남자라면 시녀가 될 의향이 있다는 여성도 없지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잘난 남자는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드라마처럼 갑자기 “사실은 나 재벌 2세예요”라고 말할 남자가 과연 현실에 존재하는가 말이다. 게다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남자가 조건이 좋을 리 없다. 그런데도 함께 인생을 일궈갈 생각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그런 조건이면 부모님이 반대할 거예요. 그러니 아예 안 만나는 게 좋아요” 하고 선을 긋는 것은 소설의 결말을 마음대로 예측하고 아예 안 읽겠다는 얘기와 같다.

그 옛날 고리타분한 삼국시대에도 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남자를 선택한 공주들이 있지 않았는가. 서동을 사랑한 선화공주, 호동왕자를 사랑한 낙랑공주, 온달을 사랑한 평강공주, 모두 부모가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케이스다. 사랑한다면 상대의 장점을 잘 부각시켜서 부모님을 설득할 생각을 해야지, 만나기 전부터 벽을 쌓아버리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실, 부모님을 넘지 못하면 세상의 그 어떤 벽도 넘지 못한다. 부모님을 이겨야 세상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다.

성인이 되었는데 아직도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아빠 등에 업혀 있는 아이처럼 부모님 뜻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해서야 되겠는가? 이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내 인생의 애정 전선 주관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 행복도 내가 책임지겠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인생을 개척하고 사랑을 주관해나가자!

처음부터 조건을 정하고 이런 이성이 아니면 안 만나겠다는 사람은 콘크리트 벽을 앞에 턱하니 쳐두고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셈이다. 솔직히 자신은 최고의 이상형이 못 되었으면서 최고의 상대를 원하니 그만큼 막막한 벽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제 그 벽을 문으로 만들어 활짝 열어두라.

그래야 꿈에 그리던 이상형이든, 잠재력을 가진 애송이든 들어오지 않겠는가. 사람은 보통 98퍼센트의 장점과 2퍼센트의 단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상대의 단점을 보고 외면한다면 98퍼센트의 장점을 모르고 밀어내는 형국이다. 자신의 결혼 상대는 키가 커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던 한 여성은 원하는 대로 키가 큰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의 큰 키를 흉보며 “키만 크다”고 신세 한탄을 하고 있다. 또 후배 하나는 대기업 다니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소원대로 5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와 결혼했다. 그런데 남편이 결혼 1년 후 직장을 그만둬버려 지금 10년째 취업 준비생이다. 현재 조건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가능성과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우리 애정당의 규칙 중 하나가 ‘가는 사람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막는다’이다. 이런 각오가 되어 있다면 바로 오늘, 당신의 어깨에 사랑의 야생 씨앗이 사뿐 내려앉을 것이다.

그럼 오늘부터 당신의 어깨에 사랑의 씨앗이 내려앉도록 너무 꼿꼿이 세우지 말고 힘을 살짝 빼보라. 콩깍지를 까봐야 여문 콩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 일단 콩깍지 렌즈도 눈에 끼워보라. 그리고 오만과 편견으로 사랑의 문턱을 높이지 말고, 진입 장벽을 낮춰라. 내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오디션은 헤프게, 본선은 진중하게. 이 말도 꼭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