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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의 불변의 남녀 대화법] 가슴과 머리를 채워라
이숙영(아나운서) 2014-04-26

미인이란 처음으로 볼 때는 매우 좋다. 그러나 사흘만 계속 집안에서 상대해보면 더 보고 싶지가 않게 된다.- 버나드 쇼

어떤 여성이 가장 아름다울까? 이 질문에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이렇게 표현했다.“가장 아름다운 여성은 얼굴에 지성이 있는사람이다. 나르시시즘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는 여자다.”

그래서 아니 에르노는 서른 이전의 여자 중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20대 여자는 ‘진정한 여성’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여성들이여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 말라. 두려운 것은 나이 먹는 것이 아니라, 늙어 보일까봐 전전긍긍하는 그 마음이다. 정말 늙어 보이기 싫다면, 당당해야 한다. 비굴하면 늙어 보인다.

가끔 내 주제에 무슨 연인을 만날 수 있겠는가, 하고 자신을 비하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 더 키가 컸으면, 조금 더 예쁘거나 멋있었으면 하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과연 키와 외모 때문에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 프랑스 샹송 가수이자 세기의 유혹녀인 에디트 피아프는 148센티미터의 작은 키에 가슴도 빈약했고, 얼굴도 미인이 아니었다. 이런 그녀가 수많은 남자를 만났고, 단 한번도 차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가? 늘 그녀쪽에서 남자를 버렸다. 그녀가 “이번엔 당신이 내 인생에서 걸어 나가줘요”라고 요구하면 남자들은 떠나면서도 “당신을 정말 사랑하오”라고 고백했단다.

에디트 피아프처럼 외모가 썩 아름답진 않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이성을 사로잡은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치명적인 매력이란 설득력 있는 언변, 시를 암송할 수 있는 감성, 철학을 사유할 수 있는 뇌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성형외과에 찾아가 외모를 튜닝하기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뇌와 감성을 채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대화의 핵심을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머릿속에 지식이 풍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이 중요한 것처럼 대화를 잘하려면 다양하게 읽고 사물이나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책은 나의 한계 상황을 극복하게 해준다. 여자라면 남자가 쓴 책을 보면서 남자를 알고, 동양인은 서양인이 쓴 글을 보면서 서양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지혜를 얻고 시선의 편협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따라서 이성을 만났을 때 그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른다면 고전 명작부터 시작해보자. 내 경우도 세계 명작을 많이 읽은 것이 방송과 글을 쓰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직장인 연애 목적’을 조사한 결과, 1위 정서적 안정을 위해(29.1%), 2위 결혼 목적(28.8%), 3위 여가를 함께 즐길 사람이 필요해서(24.1%), 4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11.4%), 5위 자기계발에 도움이 돼서(4.4%) 순으로 꼽혔다. 그리고 직장인이 꿈꾸는 로맨스에 관한 질문에는 55.7퍼센트가 정신적 안정감과 활력소를 얻는‘솔메이트와의 로맨스’라고 답했다.

즉, 직장인은 연인을 통해 활력을 찾고 싶은데, 상대가 그저 외모 가꾸기에만 탐닉한다면 그건 일회용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여성, 잘생긴 남자는 몇번이야 눈이 즐겁겠지만 그 뒤에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성의 눈이 아니라 마음을 빼앗아야 한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한없이 울고 있는 여자에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선물한 남자가 그녀와 이루어졌다. 그 책에 삶과 죽음에 대한 초연한 철학이 들어 있다는 걸 몰랐다면, 그 책을 통해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그가 몰랐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정 이성을 유혹하고 싶다면 성형외과 대신 도서관에 가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