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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스타일] 누추해도 당차게
정재혁 2014-04-26

르윈 데이비스의 옷이 탐나진 않았다. 낡아빠진 외투에 머플러, 넝마에 가까운 팬츠와 뒷굽이 다 해진 부츠는 그냥 두번 돌아볼 필요도 없는 차림새였다. 하지만 <인사이드 르윈>을 보면서 나는 주인공 르윈의 옷차림에 자꾸 눈이 갔다. 영화 초반부의 한 장면 때문이다. 밥벌이를 못하는 뮤지션 르윈은 예전에 앨범을 냈던 에이전시로 찾아가 거의 따지듯 하소연을 한다. “계약금이 없었으면 저작권료라도 있어야죠. 겨울 코트 하나 없다고요.” 저작권료라고 그가 코트를 사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쌓였을 리 만무하겠지만 르윈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리고 늙은 에이전시 사장이 자신의 코트를 내어주려 하자 “싫다”고 거절한다.

르윈 데이비스는 무일푼의 단벌신사다. 머물 집도 없어 잠은 이곳저곳의 소파를 전전해 해결하고, 가끔은 옛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옷도 빌려 입는다. 그럼에도 르윈의 옷차림엔 단단한 안정감 같은 게 있다. 어디서 주워 입었을지 모를 옷들이겠지만 코듀로이 재킷과 머플러는 그의 몸을 굳게 감싸고, 양손의 장갑은 민첩하게 그의 영역을 확보한다. 잘 풀리지 않는 음악의 길 위에서 르윈은 수차례 포기를 생각하기도 하지만, 거칠면서도 단단한 그의 옷매무새는 어느 한순간 흐트러졌던 적이 없다. 험한 생활 속에 완성된 차림새는 곧 그 험한 생활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누추하지만 당찬 르윈의 옷차림이 꼭 그의 음악을 닮았다.

tip.1 남자의 자연스런 룩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의외로 가방이다. 가방은 별 거 아니어 보여도 사람의 생활을 담기 마련이라 대충 들거나 아무거나 들면 바로 어색한 게 티 난다. 자신의 몸 크기와 팔길이 등을 고려한 적절한 사이즈, 알맞은 볼륨의 가방을 고를 필요가 있다.

tip.2 르윈의 누추하고 초라한 스타일 안에서도 나름의 멋을 냈던 게 코듀로이 재킷이다. 이른바 ‘골덴’이라 불리는 이 소재의 아이템은 빈티지하면서도 클래식해 지루할 수 있는 룩에 은은한 포인트가 된다. 단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 뚱뚱한 사람이라면 굵은 골덴은 피하자.

tip.3 르윈에게 수염이 없었다면 분명 영화는 어딘가 구멍이 난 것처럼 느껴졌을 거다. 이젠 별 새로울 것도 없는 수염 스타일링이지만 수염과 같은 체모야 말로 생활에서 묻어나는 멋 내기가 중요하다. 수염의 질과 볼륨을 파악하고 어느 부위를 얼마나 기를지 궁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