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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toon] 사서 고생하는 인간(들)

<송곳> 연재하는 만화가 최규석

-주로 출판만화쪽으로 활동했다. 웹툰 연재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왜 네이버였는지도.

=많은 독자에 대한 욕심이 있는 성격은 아니다. 책 내고서는 볼만큼 보면 된다는 주의였는데 이번 작품은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분량이 기니까 연재를 안 하면 한없이 늘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어린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했다.

-노동문제에 대한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론을 보고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랑 그걸 그릴 수 있는 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래서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인) 하종강 선생님한테 연락드리고 무작정 만나서 얘기 좀 해달라고 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선생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부터 들으면서 조금씩 감을 잡았다. 투쟁 사업장이 있으면 찾아가서 앉아 있다가 어깨너머로 보기도 했다.

-왜 마트를 배경으로 했는지 궁금하다.

=마트는 익숙한 곳이다.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노동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마트 아줌마라고 하면 옆집 아줌마랑 비슷한 이미지라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했다.

-전작들도 그렇지만 <송곳>에는 최규석 작가의 성격이 많이 반영된 느낌이다. 직원들을 이유 없이 그만두게 하라는 상사의 지시에 이수인이 “저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성격이었다. (웃음) 피곤한 성격이었다. 사회현상이나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가 대학생때인 경우가 많다. 대학 다닐 때 큰 사건은 이런거다. 후배들 기합 주는 걸로 싸우다가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다거나….(웃음) 군대 갔다와서는 흔히 말하는 88만원 세대들이 겪는 위 세대와의 갈등이 컸다. 교수님들이 여러 가지 일을 시켰다. 큰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나름 촉망받는 학생이어서 교수님들이 챙겨주는 거였지만 내가 지금 과제나 알바를 하지 않으면 학교를 졸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시더라. 그래도 지금은 많이 유들유들해졌다.

-유들유들해졌지만 노동만화를 그린다는 건 극중 이수인처럼 결국 꼰대가 되지 못한 거 아닌가.

=노동만화라기보다는 그런 사람을 그려보고 싶긴했다. 신념 때문에 끝없이 고생하는 사람. (웃음)이수인은 끝없이 고생을 할 거다. 많은 벽에도 부딪힐 거고. 이런 종류의 인간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싸움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인생이 힘들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주인공이 좌절만 맛보고 끝난다면 비참할 것 같다. 그렇지는 않을 거다. 대중문화에서는 보통 이런 문제를 예외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테러리스트가 된다거나 주인공도 악한 사람으로 만들거나. 그런데 노동문제에서는 어쨌든 자본주의가 생긴 뒤로 반복되어왔던 해결 방식이 있다. 법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체계가 잡혀 있다. 그럼에도 그걸 따라가기가 얼마나 힘드는지를 보여줄 생각이다.

-<송곳>을 보면서 1980년대 노동소설도 떠올랐다. 스스로를 노골리스트라고 불렀는데 리얼리스트는 아닌가.

=어릴 때부터 작품할 때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은 컸다. 캐릭터의 생김새만으로도 왜곡이 일어난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슬램덩크> 강백호가 다른 캐릭터와 싸우다 그 캐릭터를 집어던지면 장난스러운 그림체로 변한다. 거기서 현실의 왜곡이 일어난다. 강백호 같은 캐릭터가 실제로 있다면 아마 학교내에서 공포의 대상일 거다. 엄청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다고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어떤 정수, 이미지 이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찾으려다보니 개성이 없는 그림체가 만들어졌다. 이게 리얼리즘이라면 리얼리스트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