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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헨리가 군대로 간 까닭은

한국 사회는 왜 외국 남자 연예인에게 흥미를 보이나

“267번 훈련병 헨리!”가 뜨자 지난 3월2일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이 15.5%로 오르며 <1박2일>과 <런닝맨>을 제쳤다. 슈퍼주니어 M의 멤버로중국계 캐나다인인 헨리는 군대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군대 무식자’. 가상이지만, 입대하면서 그가 끌고 온 여행가방엔 이런 물건이 들었다. 자외선 차단용 군대 선글라스, 쉬는 시간을 위한 랩톱 컴퓨터, 아침 스트레칭을 위한 요가 매트, 아이돌의 필수품 키높이 깔창…. 리얼리티 예능의 웃음을 위한 설정 같지만, 헨리가 하면 설득력이 생긴다.

“조균 없습니까?” “조균 없습니까? 아주 좋습니다.” 번역하면“조교 없습니까?” 군대의 매니저라고 들었지만, 막상 들어와서 보니 행동을 감독하는 “빨간 모자”사람이 없으니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기분파 헨리는 마냥 웃지도 않는다. 내무반에서 선임이 “군생활의 팁은 웃는 것”이라고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웃음이 안 나옵니다”라고 직언을 날린다. 이런 헨리의 행동이 왜 재미가 있을까. 한국 남성문화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얼굴은 물론 키까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 외모만큼 문화 코드도 단일하다. 이렇게 단일성이 강하니 한국 코드를 모르는 외국인의 ‘외계성’이 강해진다. 코드를 아는 한국 사람은 도저히 흉내내지 못할 4차원. 샘 해밍턴이 가진 외국인 캐릭터에 박형식이 가졌던 아기병사 이미지가 더해지니, 헨리는 두배로 재미있다. 원래 위반은 흉내보다 힘이 세지 않은가. 더구나 금기를 몰라서 하는 위반은 자연스럽기도 하다.우리의 무의식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금기위반을 바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헨리는 그런 욕망을 대신하는 존재다.

헨리와 해밍턴, 헨리와 정준영 잠시, 해밍턴으로 돌아가자. 샘 해밍턴은 ‘하얀 얼굴의 한국 아저씨’ 캐릭터다. 말만 한국 사람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도 한국인과 비슷한 외국인, 그것이 샘에게서 발견한 캐릭터다. 반대로 정준영은 ‘까만 머리 외국인’ 같은 캐릭터다. <진짜 사나이>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1박2일>의 새 멤버인 정준영은 헨리와 비슷한 ‘서열파괴자’ 구실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인도네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살다가 19살 때 한국에 돌아온 정준영은 ‘자유로운 영혼’ 캐릭터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인 같지 않은 이미지인 것이다. 지금 여기의 문화적 금기는 성(性)과 서열에 있다. 그러나 성에 대한 금기는 공중파가 아직 깨기 어렵다. 그러면 남는 것은 서열문화. 서서히 무너지는 서열문화를 앞서 깨는 ‘가상의 존재’로 외국인 남성이 있다. 물론 여기도 즐거운 불안과 묘한 안심의 논리는 작동한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끝 부분에 좋았다.” 라펠을 타고 암벽을 내려온 헨리가 한 말이다. 그렇게 헨리는‘진짜 사나이’가 되고 있다. 사족처럼 덧붙이면,‘자유로운 영혼’도 한계는 있다. 위반은 방송이라는 일종의 ‘설정의 공간’에서 그쳐야 한다. 만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리얼 라이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불편함을 비친다면?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외국인 연예인을 소비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