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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희생자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사우디 여성을 담고 싶었다
윤혜지 2014-06-19

<와즈다>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가 연출한 영화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 와즈다(와드 모하메드)는 멋진 녹색 자전거가 갖고 싶어 돈을 모은다. 하지만 엄마와 선생님은 와즈다에게 “여자는 자전거를 타면 임신을 못하게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와즈다는 어른들의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뤄낸다. <와즈다>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사우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위협과 구속을 솔직하고 사랑스럽게 비판하는 영화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카이로아메리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시드니대학에서 연출과 영화학 석사를 마쳤고, 그의 장편 데뷔작인 <와즈다>는 사우디 현지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장편 극영화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을 품고 있는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문제를 영화화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다들 알다시피 중동, 특히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성을 희생자로 그릴 생각은 없었다. 강조하고 싶었던 건 꿈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쏟는 것이 분명 현실을 바꾸는 열쇠가 될 것이란 점이다. 영화는 그 사회의 진실을 말해야 하고 그곳의 정신을 최대한 포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와즈다>를 찍으며 정직하고 투명한 창을 만들어 창밖의 사람들이 사우디 여성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우디에서 여성으로 자라고 생활하며 느낀 것들이 시나리오에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나와 내 자매, 사촌들은 사우디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 와즈다처럼 공립학교를 다녔다. 캐릭터들은 내가 살면서 만난 사람들을 모델로 하고 있다. <와즈다>는 사우디의 모든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다. 만일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 와즈다의 스니커즈 에피소드(“찢어진 신발”을 신고 등교해 교장선생님에게 지적받는다)는 내 이야기가 맞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여러 차례 시나리오를 수정했는데 와즈다의 엄마가 죽는 것으로 끝나는 버전도 있었다. 하지만 감상적인 결말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나는 와즈다의 엄마가 딸을 위해 삶을 이겨내고 미래를 볼 수 있길 바랐다. 희망은 경이로운 것이다. 우리는 절대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 결말을 지금과 같이 바꾸고서야 난 촬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느꼈다.

-제작 스탭은 어떻게 꾸렸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유럽에서 프로듀서를 찾던 중에 운좋게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통해 레이저필름의 프로듀서 게르하르트 메익스너와 로만 폴을 만났다. 영화감독의 비전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훌륭한 프로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메익스너와 폴이 그런 프로듀서였다. 나는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현지에서 직접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다른 데서 찍자고 했지만 단 한 조각일지언정 사우디 안의 진짜 삶을 바깥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내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메익스너와 폴도 사우디 안에서 촬영하고 싶어 했고 그들은 사우디와 독일에서 스탭들을 모아 내게 팀을 만들어줬다.

-촬영도 상당히 어려웠겠다. =사우디의 대중은 매우 보수적이라 카메라가 거리에 놓여 있는 걸 싫어해서 야외촬영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또 사우디는 남녀가 엄격히 분리된 사회여서 우리가 남자 스탭과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야외촬영 때마다 매번 나는 배우들에게 멀리 떨어진 채 밴 안에 들어가 연출 사인을 보냈다.

-와즈다는 모델이 있나. =내 조카가 모델인데 에너지가 충만하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소녀다. 그는 아직도 내가 자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와드 모하메드의 어떤 점을 눈여겨보고 와즈다 역에 캐스팅했나.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민감한 사안이라 공개적으로 캐스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캐스팅 에이전시도 없이 우리는 소문에 기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와드를 찾아내기까지 무척 힘들었다. 우리는 지역축제 때 아이들을 동원하는 일을 하는 작은 제작사에 의존해 오디션을 봤는데 그중 한명이 와드였다. 우리 프로듀서는 모든 일을 정확한 계획 하에 실행하는 사람이었지만 사우디에서 일이 제때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촬영을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도 스탭들은 매우 불안해했다. 와드가 청바지에 80년대식 재킷을 입고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와드는 영어를 할 줄 몰랐지만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듣고 있었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와드 자체가 사우디 청년문화의 훌륭한 표본이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우리는 그녀가 와즈다에 적역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남성 캐릭터들은 사회와 전통에 순응하는 아주 평범한 인물로 그려졌다. =남자든 여자든 그 사회의 개념과 생각에 영향을 받을 뿐이다. 사우디의 모든 남성들이 악마인 건 아니다. 여성을 지지해주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매우 보수적인 여성도 있다.

-영화가 공개된 뒤 사우디 현지 반응은 어땠나. =우리는 두바이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하고 사우디 내 문화센터나 대사관에서도 영화를 상영했다. 사우디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전세계 영화제에서 보여줄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 스크리닝 때 한 사우디 학생이 내게 말했다. “미국 사람들이 극장에서 미국영화를 보는 기분을 이제 저도 알겠어요.” 난 그 말에 굉장히 감격했다! 사우디의 젊은 여성들에게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들었다. 그들이 영화를 무척 사랑스럽게 보았다는 메시지나 트윗 멘션을 보내준 일은 내게 무척 의미가 있었다.

-<와즈다>가 사우디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바라나. =난 활동가가 아니고 영화감독이다. 나는 내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여성이 소신을 밝히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 또한 하나의 가치로 존중한다. 난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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