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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건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 때

제6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 11월3일까지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막작 <문화의 전당 3D>.

10월29일부터 11월3일까지,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개최된다. 건축과 영화의 만남을 테마로 6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영화 상영 외에도 호스트아키텍트 포럼 등 여러 부대행사가 함께 진행된다. 삶의 기본 조건인 ‘거주’의 문제를 소개하고, 더 좋은 거주법을 모색하며, 도시와 환경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삶의 조건으로서의 건축을 생각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건물’이다. 이 포괄적 주제를 두고 ‘만약 건물이 말을 한다면’이라는 흥미로운 부제와 함께, 이와 관련된 여러 소주제를 선정해 총 21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개막작 <문화의 전당 3D>는 “만일 건물이 말을 한다면, 우리에게 무슨 말을 건넬까”란 질문에 답하는 감독들의 이야기를 모은 3D다큐멘터리다. 빔 벤더스, 마이클 매드슨, 로버트 레드퍼드, 카림 아이누즈 등 6인의 감독들이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러시아국립도서관, 노르웨이 할덴 교도소, 캘리포니아 소크 연구소,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스타일의 대답을 내놓는다. 무표정한 랜드마크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적인 삶과 집단문화에 대한 관조가 영화 감상의 포인트가 된다.

영화제의 얼굴 ‘시네파사주’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게리 메시앙의 <루시앙 에르베의 자화상>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1949년 마르세유에 아파트를 건설하던 당시, 그는 에르베의 사진을 보고 단번에 그의 내면에 담긴 ‘건축가의 영혼’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공식 사진작가 일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파트너가 돼, 그렇게 1965년까지 2만장 이상의 사진 작업이 탄생했다. 영화는 에르베의 놀라운 흑백사진과 더불어 그의 이미지들이 끌어내는 관능적이고도 냉혹한 감상을 유연하게 풀어낸다.

‘메트로폴리스의 탄생과 재생’이라는 소주제를 제시하는 ‘시네 비스타’ 부문에서는 문승욱의 <망대>를 만날 수 있다. 다큐멘터리적 촬영 기법과 판타지의 극연출 기법을 합치시킨 이 작품은 60년 이상 춘천 약사동에서 개인과 역사 속 사건들을 지켜본 망대를 주인공 삼아, 과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추억을 너무 홀대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리처드 행킨의 <16 에이커스>가 바라보는 ‘그라운드 제로’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강렬하다.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의 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감정적이며 정치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2001년 이후 약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다큐멘터리가 마침내 메모리얼 파크의 개관 장면을 비출 때,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한 감정의 동요가 전해진다.

‘시네 비욘드’ 섹션의 <내셔널 갤러리>는 관찰다큐멘터리의 대가인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신작으로,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에 달한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를 비추는 그의 카메라가 아름다운 컬렉션들과 함께, 이들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관람객의 교감, 그리고 박물관쪽의 열정적 전략 등 현대사회의 문화전략에 대한 포괄적 시선들을 담는다. ‘3D 프린팅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라는 소주제로 소개되는 동일 섹션의 영화들, <건물을 출력해드립니다>와 <3D 프린팅: 전설을 만들다>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