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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돈 앞의 자기합리화

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리얼리티에 대해

가이타니 시노부의 원작 만화 <라이어 게임>은 상대를 속여서 돈을 빼앗는 게임에 휘말린 여대생과 그녀를 돕는 천재 사기꾼 콤비의 이야기로, 2007년 <후지TV>에서 제작한 동명의 드라마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의 게임 룰과 트릭, 반전을 가져오는 ‘필승법’이 사실상 공개된 상황,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은 원작과 다른 성취를 위해 게임이 성립하는 조건을 ‘리메이크’하는 길을 택했다. ‘LGT 사무국’이라는 비밀스런 주최자가 선별한 참가자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 게임을 벌이는 원작이 변수가 통제된 실험실이라면, tvN의 리메이크는 거액의 상금을 내건 신생 방송사 주최의 ‘리얼리티 쇼’ 포맷을 취하며 다양한 변수가 개입한다. 참가자들을 따라다니는 카메라, ‘그림이 되는’ 후보를 밀어주라는 방송사 간부의 압력, 쇼에 반응하는 시청자, 기사로 논란을 재생산하는 인터넷 언론, 댓글을 다는 네티즌, 방송사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까지.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은 생태계를 이룬다.

리얼리티 쇼가 범람하고 출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일어났던 2014년 현재와 배경을 같이하는 <라이어 게임>은 미련할 정도로 정직하고 욕심이 없던 여주인공 캐릭터도 현실적으로 조정했다. 남다정(김소은)은 자신이 취한 이득으로 타인이 고통을 짊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한 행동에 이르는 인물이다.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성격이면서도 상금으로 빚 갚는 생활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들떠 있는 그녀는 조력자 하우진(이상윤)이 불공정한 출연 계약서를 지적해도 방송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냥 보통의 삶인데 한번 바라니까 버려지지가 않아요.” 한편 다정을 포함한 출연자들이 카메라와 방송을 통한 외부의 시선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원작과 동일한 행동에 한겹을 더해 읽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자신을 속였던 고등학교 은사 현정범(김익태)에게 빼앗은 1회전 상금을 돌려주는 장면에서 그녀가 등 뒤의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정의 행동이 어디까지가 선의이고 어디부터가 위선인지 가리는 것에 앞서 현정범이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토해내던 자기합리화에 눈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 공금 횡령으로 교직에서 쫓겨났다는 그는 외쳤다. “늘 그래, 당하는 건 처음부터 나쁜 놈들이 아니야. 늦게 배운 놈들, 살려고 도둑질 배운 놈들! 이게 방송에 나가면 내 아들녀석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겠지? 상관없어. 다 그 녀석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려고 한 짓이니까.” 현금 5억원은 수치와 염치를 버린 자신을 방송에 전시하는 대가로 적절한 금액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의 룰을 승인하고 그것으로 내적 윤리를 대체하며 뭔가 마비되어버린 그의 고백을 듣고 있자니, 그의 ‘게임’은 쇼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게임도 그렇다.

+ α

인간 거짓말 탐지기

극중 ‘인간 거짓말 탐지기’로 불리는 하우진 교수(이상윤)는 수업 중에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의 거짓말을 쏙쏙 골라낸다. “눈동자가 왼쪽 아래로 움직인다는 건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거라고 했었지.” 물론 ‘눈동자접근단서’ (Eye Accessing Cues)라고 불리는 몇 가지 패턴이 다는 아니다. 그가 대상의 습관이나 신체반응을 관찰해 순식간에 코너로 몰아붙이는 솜씨는 낭비 없이 꽤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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