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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이론을 다지고, 제작으로 뻗어나간다
김혜지 사진 백종헌 2014-12-11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영화영상학과

남산 자락에 위치한 동국대학교는 국내 연극•영화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학교 중 하나다. 1960년 국내 최초의 연극학과를 설립,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고의 연극영화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왔다. 한석규, 최민식, 이정재, 전지현 등 일일이 이름을 대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배우와 감독을 배출한 것이 그 증거다.

영화를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1962년 연극영화과로 명칭을 변경한 뒤엔 시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몇 차례 학제를 개편했다. 최근엔 예술대학 안에서 연극학부와 영화영상학과로 전공을 분리했고, 2008년부터는 연극학부에 연극과 뮤지컬전공을 두는 등 각 전공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통과 역사에만 머무르는 것을 넘어 새로움과 혁신을 추구하는 학과적 차원의 시도로 읽힌다. 영화영상학과는 영화영상 분야의 이론과 기획, 제작 전반을 가르치며 공연 제작과 연기 수업은 연극학부의 핵심 교육 분야다. 연극학부의 커리큘럼은 기초연기, 중급연기, 고급연기, 매체연기, 신체훈련, 소리훈련, 뮤지컬연기, 연극 연출 등 95%가 넘는 실기수업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학부 4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드는 방대한 양의 프로덕션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뛰어난 배우를 길러내기 위한 체계적인 연기 방법론을 다지는 동시에 최고의 공연을 위한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학교기업 동국아트컴퍼니와 문화기술(CT)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산학협력사업도 학부의 강점이다.

영화영상학과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이론 교육을 강화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영화영상학과 정수완 교수는 “이론 수업을 보강하고 나서 학생들이 실제 작품을 찍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라며 제작 수업과 더불어 실제 영화를 분석하고 관련 지식을 탄탄히 쌓아나가는 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강조한다.

때마침 영화영상학과 이론수업인 유지나 교수의 ‘세계영화사분석’과 핍 초도로프 교수의 ‘영화분석세미나’를 참관할 수 있었다. ‘세계영화사분석’ 강의실에선 제3세계 영화 강의가 한창이었다. 마야 문명을 다룬 영화 <아포칼립토>(2006)를 비롯해 <미션>(1986), <프리다>(2002), <달콤쌉사름한 초콜릿>(1992) 등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영화에 대한 유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영화들을 엮어 매끄럽게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전 핵심 개념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제국주의나 탈식민주의 등 쉽게 이해하기엔 까다로운 용어들이 어려울 법한데 학생들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다. 곳곳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넣으면서 영화사의 맥을 짚어준다.

쿠바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2004)의 설명 뒤에 다른 영화 포스터 하나가 스크린을 채우자, 갑자기 학생들이 웃기 시작한다. 체 게바라를 그대로 패러디한 배우 김인권(96학번)의 모습이 보인다.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포스터다. “인권이”라는 친근한 호칭과 함께 체 게바라에 관한 설명이 따라온다. 라틴아메리카에 일어난 혁명과 혁명가가 어떻게 세계적으로 하나의 아이콘이자 브랜드가 됐는지 생각해보라는 핵심도 빠뜨리지 않는다.

쉽고 재밌는 수업을 위해 선택한 만화로 이뤄진 교재 <The History of Cinema for Beginners>를 기자에게 들어 보이며, 유 교수는 “시대순으로 죽 따라가는 기존의 영화사 수업이 아니라 특정 주제와 토픽을 중심”으로 한 수업 방향을 설명했다. 수업의 재미와 깊이 양쪽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제3세계 영화의 다양성을 탐구한다는 주제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랍영화에 관해 살펴볼 계획이며, 추후 세계 영화사의 쟁점에 관한 종합 토론으로 이번 학기 수업을 끝맺음할 거라는 설명도 친절히 덧붙였다.

‘영화분석세미나’ 강의실은 강단에 선 발표자 학생의 목소리가 들릴 뿐 조용했다. 학생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발표를 경청하는 핍 초도로프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강의와 발표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스크린에 발표 학생이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내용이 뜨고, 발표가 시작됐다. 영화 속 사운드를 중심으로 영화 <네버 렛미고>(2010)에 관한 분석이었다. 복제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다룬 색다른 SF인 영화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고, 이어 사운드트랙과 음향효과 등 영화 속 소리들이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난다”(We all complete)라는 영화 속 주제를 어떻게 두드러지게 해주는지 설명한다. 언어학, 심리학, 기호학 등을 이용해 실제 영화를 분석해보는 수업의 특성상 학기 후반부엔 학생들의 영화 분석 발표가 이어진다고 했다.

48개국 276개 대학과의 교류 협정

이론수업 강화를 커리큘럼의 변화로 내걸었지만, 제작수업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영화제작실기, 장편시나리오실기, 졸업영화실기 등의 수업을 통해 학기마다 한편 이상의 작품을 만든다. 또 한 작품을 한명의 지도교수가 전담하는 대신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돌아가며 관리해주는 팀티칭 제도를 통해 깊이 있는 작품 지도를 추구한다. 새로운 제작수업 개설도 적극적이다. 실험영화를 전공한 핍 초도로프 교수의 ‘단편영화미학’ 수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학생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8mm필름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등 새로운 영화와 제작 방식을 배우길 바라는 학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론과 제작수업 모두를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교육 철학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올레국제스마트폰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엔 박카스29초영화제에서 4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준 감독이 일반부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학교 내의 커리큘럼과 맞물려 외국인 학생 유치나 교환학생 제도도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48개국 276개 대학과 교류 협정을 맺어 미국, 프랑스뿐 아니라 중앙아시아나 북유럽 등지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입시전형

동국대학교 연극학부는 정시 가군에서 이론전형으로 7명, 실기전형으로 13명을 뽑는다. 이론전형은 수능 100%, 실기전형은 수능 60%와 실기 40%를 반영한다. 실기고사의 경우 지정작품 연기와 작품 이해력, 즉흥연기, 특기의 네 종목을 각각 25%의 비중으로 평가한다. 지정된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와 <벚꽃동산> <세 자매>로 그중 한 장면을 선택해 2분 내로 실연하면 된다. 특기 부분에서 뮤지컬전공 지망자는 뮤지컬 넘버 한곡을 선정해 노래해야 한다. 영화영상학과는 정시에서 일반전형으로 24명, 특성화고교 출신자 2명, 총 26명을 뽑는다. 모두 수능 100%를 반영해 선발한다.

인문학적•미학적 기본기를 갖추길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정수완 교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의 강점은. =다양한 교수진이다. 인원도 학부와 영상대학원을 합쳐 13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전공도 전문화되어 있다. 전임교수들이 무대디자인, 사운드, 편집, 시각효과 등을 가르친다. 영화가 튼튼해지려면 감독뿐 아니라 세부적인 스탭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그런 부분들을 강조해서 그런지 영화제 수상이나 감독과 스탭 데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외부 전문가 특강도 많이 한다. 영화를 비롯해 영상 전반과 뉴미디어 분야에서 뛰어난 분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다. 자체 교수진도 좋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 밖의 새로운 생각이나 흐름을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넣어주려 노력한다.

-학과에 외국인 학생도 많다고 들었다. =저번 학기에도 17명 정도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왔다. 중국 학생을 포함해서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영화, 아시아영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이 개설돼 있다. 또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보강했고, 기자재나 넓은 수업 공간 등을 학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국내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게끔 일부러 국적을 섞어서 작업하게 한다. 서로 문화를 나누고 그에 관한 생각을 담은 작품 제작도 장려한다.

-학과에서 원하는 학생상은. =올해 입학사정관을 하면서 지원 학생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면접도 봤다. 흔히 중•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만들어 수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과는 영화를 잘 만드는 학생을 뽑는 게 아니다. 그보다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소양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 책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써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영화 만들기는 좋은데 책 읽기는 싫다”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독서가 부족하고 글쓰기가 서툰 사람이 영화 잘 만드는 경우는 적다. 실제 학생들을 지도해봐도 그렇고. 사진,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미학적 베이스를 쌓고 들어오길 바란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마디한다면. =학생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학과 차원에서 도움을 주려 한다. 영화과에서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결국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거다. 좋은 사람이 좋은 영화로 세상을 밝히는 것. 꼭 유명한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