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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3%를 어떻게 읽을까

공정위가 내린 55억원이라는 과징금… 면책 조치라는 아쉬움 들어

글 :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지난 12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화산업 내 주요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12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4 년 상반기에 시작된 영화산업 내 주요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튿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공정위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결정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공정위와 문화부의 합작으로 한건(!) 해낸 것이다. 공정위는 영화산업에 대해 그동안 세 차례 직권조사를 통해 두 차례 시정명령조치를 취했다. 특별히 영화산업 독과점과 관련해 별도의 모니터링(“주요 독과점 산업에 대한 경쟁상황 예비평가 틀 적용”, 2012)을 진행하고 있다. 비교되는 다른 산업군이 석유산업, 주류산업, 화장품산업, 항공운송산업이니 공정위의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문제는 공정위가 관심을 가진다 한들 영화산업에 대해서는 언제나 초보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독점규제법이나 공정위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제조업과 소비자후생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점규제법은 저작권의 독점적 권리행사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한편으로 문화부는 관심과 지식은 있지만 강제적인 권한이 없다. 실태조사를 관철시킬 근거도 없으며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없다. 물론 산업 인프라의 형태로 극장입장권전산망을 가동하며 이를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정책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와 공공기관들의 성과독식주의를 감안할 때 이번 공정위와 문화부의 합작은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55억원이라는 과징금이 의미하는 바가 사실상 면책 수준의 조치라는 점이다. ‘수직계열화 영화 대기업이 계열 배급사와 자사 영화를 차별 취급한 행위’에 대한 과징금 수준으로는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통상적으로 과징금은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부당이익금을 환수하는 수준으로 부과된다. 2013년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매출액이 1조6천억원 수준이니 매출액 대비 0.34%에 불과하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CJ CGV와 CJ E&M의 거래금액과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거래금액은 합계 2480억원 수준으로, 과징금은 2.2% 수준이다.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야 어마어마한 금액이지만 2013년 CJ CGV의 이것저것 다 떼고 남은 순이익이 430억원이니 별거 아니라 얘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오히려 역으로 극장쪽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그로 인한 매출 기여분이 겨우 3%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적어도 최종 의결문을 확인하기 전에는 공정위의 결정을 액면 그대로 환영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의미 있는 것은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된 구체적인 통계와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이번 시정명령조치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산업실태조사, 산업적 수준에서 계약기준을 만들고 이를 반영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며, 공공적인 차원에서 정책적 배려와 규제를 함께 추진하는 것, 이것이 이번 합작의 성과이자 한계이며 또한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