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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디지털 삼인삼색, 감독과 작품
2002-03-07

디지털로 놀며, 고민하며, 실험하며올해로 3회째를 맞은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가한 왕샤오솨이와 스와 노부히로는, 둘 다 부산과 전주 등의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먼저 <북경자전거>의 왕샤오솨이는 지아장커, 장위안 등과 더불어 지하전영에서 활동하며 6세대라 불리는 젊은 감독군 중 하나. 자본주의 유입과 함께 급변하는 중국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직시하는 영화를 만들어왔던 그의 관심사는, 디지털 프로젝트에도 이어진다. <설날>은 설을 앞두고 위독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아들의 이야기. 미국에 가 있던 아들과 어머니는 9·11 사태로 미국 이민자에 대한 영주권이 보류되면서 발이 묶이고, 아버지는 중국에 홀로 남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마지막이 될 설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어하지만, 간신히 중국으로 온 아들만 보고 다른 가족들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는다.

왕샤오솨이 감독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하랴, 새 영화 준비하랴 바쁜 일정 때문에 제작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해 직접 들을 순 없었지만, 서동진 프로그래머의 소개에 따르면 <설날>은 중국의 주요 명절인 설을 모티브로 위독한 아버지를 찾아가는 아들의 여정에 중국사회와 가족의 풍경을 겹쳐놓은 영화가 될 거라고.이미 제작을 거의 마친 왕샤오솨이와는 반대로 스와 노부히로의 작품은 아직 제목도 미정이다. 셋 중 가장 먼저, 지난해 12월 광주영화제에 오기도 전에 제의를 받았지만, <듀오> <HER>기초적인 시나리오만 주고 배우에게 대사를 변주할 자유를 부여했으며, 에서는 시나리오 없이 <히로시마 내 사랑>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을 영화에 담는 등 즉흥적인 영화 실험을 즐겨온 그의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전쟁 그 이후’란 주제를 듣고 ”히로시마와 영화에 대한 얘기”였던 를 떠올렸다는 그는, 자연스레 자신이 히로시마 출신이란 것과 히로시마 전쟁에 생각이 미쳤다고. 특히 히로시마 피폭 4개월 뒤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시민들을 인터뷰한 음성 테이프 자료에서 영감을 얻었다. “히로시마에서 자랐어도 전후 세대라선지 피폭을 내 문제로 인식했던 적은 별로 없다. 그 테이프의 내용보다는 40년도 더 된 소리에서 느껴지던 날것 같은 생생함, 현재의 연장선 같던 그 시공간에 흥미가 간다.” 그 음성을 모티브로 피폭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그 직후에도 있었을 일상, 그 중간에 뭐가 있을까를 탐구해갈 이 영화는, 감독이 통제하는 것보다 동료들이 함께 고민한 자발성의 결과가 더 재밌다는 그의 말대로라면 “찍어봐야” 알듯.

디지털 작업 경험이 거의 없는 두 감독과 달리 디지털로 장편영화 <나비>를 찍어본 문승욱 감독은, “이번에는 디지털이란 매체를 더 재밌게 갖고 놀고 싶다”고. 문승욱 감독의 <서바이벌 게임>은 레저스포츠로 각광받는 서바이벌 게임에 빠진 남자가 실전으로 변한 게임에서 현실로 돌아가고자 싸우는 이야기다. <나비>를 끝낸 뒤 “30대 중반이 된 친구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생존”이었다. 생존은 전쟁과 한쌍을 이루는 단어기도 하고, “사는 게 전쟁 같다고들 하는데, 폭력을 포함해 다양하게 내재된 일상의 전쟁을 담고 싶어서” 그는 서바이벌 게임을 소재로 골랐다.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에는 빠져나갈 수 없는 기묘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는 주인공은, 결국 포기하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삶이라는 부조리한 게임, 혹은 전쟁에 빠진 우리네 모습에 다름 아니다. 다시 영화를 찍는다는 반가움에, “디지털에 중독된 한 영화인의 놀이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을 더해 현재 <서바이벌 게임>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중. 지난해까지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사 싸이더스에서 전체 제작비 1억5천만원가량을 지원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영화사 미로비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다.<사진설명>1.스와 노부히로 감독 2.왕샤오솨이 감독 3.문승욱 감독▶ 파졸리니 보러 전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