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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샴페인은 아직 멀었다

한중 FTA, 한국영화 중국 진출 청신호?

글 : 류형진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 연구원

2014년 11월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중 FTA 협상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한중 FTA 체결이 확정되고, 이제 국회 비준만을 남겨놓고 있다. 아직 협정문의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지만 중국 콘텐츠 기업에 대한 해외자본 투자를 49%까지 허용하고, 중국 내 저작권법을 강화해 불법 콘텐츠를 단속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그리고 중국 내 박스오피스 수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한다. 그동안 중국이 매우 엄격하게 규제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중국 진출의 청신호가 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영화계의 경우 수년 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를 중심으로 한중 공동제작 협정을 비롯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던 바, 한중 FTA가 체결되고 나면 양국간 협력관계도 더욱 긴밀해질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한중 FTA 체결 발표 직후 부산시는 중국의 완다그룹과 2천억원대의 공동제작 펀드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1월1일자로 문화부가 이달 중 2천억원대의 한중 콘텐츠 공동 펀드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중국 정부와 교환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한중 FTA가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기울인 노력과는 정반대로, 업계의 중국 진출 성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중국 개봉에서 수익을 거둔 영화는 극히 소수였고, 공동제작 프로젝트들은 양국 모두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수익이 난다 해도 중국의 외환거래 규제 때문에 수익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때문에 공동제작 프로젝트는 국내 투자자들이 오히려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되었다. 또 중국의 콘텐츠 사업자들이 원하는 것이 공동제작이 아니라 중국영화를 만드는 데에 잘나가는 한국 감독이나 배우를 참여시키는 것이란 사실이 이제 명확해졌다. 이마저도 대개는 중국 주류 영화계에 아직 진입하지 못해 중국 내에서 좋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신규 사업자들이 국내 스타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한 목적을 밑에 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중국으로의 콘텐츠 산업 진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공동제작 협정이나 한중 FTA 등으로 대외적인 협력관계 강화를 천명하면서도, 안에서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곳이 중국이다. 일례로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한국 드라마들이 규제가 없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중국은 올해부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30%의 해외영상물 쿼터와 심의제도를 신설했다. 때문에 올해 각 방송사들은 드라마에 대한 중국 수출 목표를 낮춰 잡고 있다. 한중 FTA가 큰 진전인 것은 맞지만, 정부가 나서줘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지금보다 더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