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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5-01-22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김성희 예술감독

9월 광주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예술 분야의 균형 발전을 위해 10년 이상 추진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를 채울 예술극장은 본격적인 개관에 앞서 1월부터 7월까지 한달에 한번 ‘컨템포러리 토크’를 기획했다. 영화, 연극, 전시 등 동시대 공연예술을 이끌고 있는 여러 예술가를 한자리에 불러 생생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보기 드문 자리다. 아시아 예술극장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김성희 예술감독은 차이밍량,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헬리 미나르티, 프리 라이젠 등 얼핏 조합하기 힘들어 보이는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동시대 아시아 예술의 현재와 공연예술 분야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다. 그간 공연예술 분야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쌓아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김성희 예술감독에게 동시대 아시아 공연예술에 대해 물었다.

-아시아 예술극장이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경제, 정치 분야뿐 아니라 문화 영역의 지도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아시아를 중심에 놓고 제대로 해석해보자는 거다. 아시아 예술극장은 동시대 아시아 예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 공연을 그대로 들여와 일회성 관람으로 그치는 것보다는 커다란 제작 공장, 네트워크 거점으로 구축하려 한다. 좁게는 한국 전체 공연 순회, 넓게는 아시아, 궁극적으로는 세계에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전체 판을 만드는 게 우리 극장이 할 일이다.

-9월 개관 때는 어떤 공연을 준비 중인가.

=장르와 틀의 경계를 넘은 작가들이 공연과 전시를 준비 중이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차이밍량 같은 영화감독부터 작가 겸 연출가 오카다 도시키, 런던 테이트모던 개관전 첫 번째 커미션 작가로 선정됐던 미디어아트 김성환, 쿤스텐페스티벌 예술감독 프리 라이젠 등 30여명의 작가들이 짧게는 2, 3회, 길면 4, 5회 이상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와 설치미술도 예정되어 있는데, 그에 앞서 공연 준비 등으로 한국에 들어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달에 한번 두산아트센터에서 컨템포러리 토크를 가질 예정이다. 컨템포러리 토크는 아시아예술극장과 두산아트센터 공동기획이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일단 관심을 끌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비교적 알려진 작가들의 입으로 직접 작품 설명, 기획의도를 들어보는 자리다.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하고 동시대 아시아 예술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늘날 주목해야 할 작가들은 장르라는 전근대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는다. 분석적인 시각과 자신만의 관점으로 새로운 형식을 만드는 작가들, 예컨대 차이밍량이나 위라세타쿤의 경우 영화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필름 이외에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감독이자 동시에 미디어아트 작가이기도 하다. 무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는 때론 영화, 춤, 설치미술 등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될 수 있다. 특히 동시대 아시아 영화감독 중 그런 작가들이 나온다는 건 의미가 남다르다. 의지만 있으면 캠코더 하나로도 시작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만큼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2013년 5월부터 예술극장 감독직을 맡았다. 그동안 공연예술계는 여러 거장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아시아 사람이 서구의 공연 형식을 따라 작업하는 시절을 넘어 오늘날 아시아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익숙한 것들, 관점들을 충돌시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이다. 예술감독직은 동시대 작가들의 동반자가 되어 꿈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특등석이다. 행정적,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도 많지만 익숙한 틀을 부수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즐거움과 설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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